평범하게 비범한 ESG KOICA: 19
19
다시, 한국
한국에 왔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열흘째.
내일 다시 태국에 간다.
벌써 마지막 파견이라
이번에 가면 현지에서는 꽤 바쁠 것 같아
교안이랄지 수업자료 정도는 되도록
한국에서 쓰고 가려고 했는데
와-우
못했네?
😝
그렇지만 이번에도 남겨보는
한국에서의 날들.
하나:
일단 떡볶이부터 먹고
둘:
온라인 한국어교육 활동하기
지난 번 온라인 학습의 참여율이 저조해서
이번에는 방법을 바꿔봤다.
모둠별로 줌 미팅 시간 갖기.
나는 여섯 명의 학생을 맡았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만날 수 있었다.
웨이, 콜로와의 만남.
한국어, 수업 그리고
좋아하는 아이돌 이야기를 나눴다.
갓세븐의 JAY B(?)를 좋아하는 콜로.
모르는 얼굴이었지만 모른다고 하면 어쩐지
흥을 깨버릴 것만 같아서
아는척했다
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뱀뱀은 아는데
뱀뱀은 좋아하는데
😭
차마 솔직할 수 없었다.
미안
이번에는 모스트와의 만남.
딱히 복습을 하지 않는(것 같은)데도
배운 건 곧잘 기억하는 언어감각이 좋은 친구다.
마찬가지로 한국어, 수업 그리고
이런저런 일상 대화를 나눈 뒤
한국의 식사예절이나
금기사항이 궁금하다고 해서
좀 더 이야기를 했는데
식사예절은
↓
"어른이 먼저 한술 뜨고 나면 함께 먹는다."
또, 금기사항은
↓
"머리 때리는 건 주의하는 게 좋다."
정도만 떠올라서 이야기해 줬다.
뭔가 더 많을텐데,
막상 알려주려니 잘 떠오르지 않았다.
내 이야기를 듣던 모스트는
태국에도 그런 예절이 있다면서
"어른이나 높은 사람과 길을 걸을 때
나란히 걷지 않고 조금 뒤에서 걷는다."
고 알려줬다.
오, 그렇군.
나도 하나 배웠다.
마지막으로 웨우와 건우.
건우의 진짜 이름은 디제이다.
디제이도 어쩌면 진짜 이름이 아닐지도.
태국인들은 대체로 이름이 긴 편이라
일상적으로 애칭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뭐, 아무튼.
'건우'라는 이름은 내가 지어준 이름이다.
처음 학생들을 만나 이름표를 만들 때
한국 이름을 갖고 싶다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건우였다.
갑자기 이름을 짓게 돼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건우.
건우 같이 생겼으니까(?) 건우.
건우가 좋겠다.
이렇게 된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여전히 모르겠어서
그냥 건우 같아 너는. 그래서 건우야.
이렇게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
어쨌든 이 두 친구들과도
한국어, 수업 그리고
이런저런 수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방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각자 몇 개 국어를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다
웨우가
"나는 태국어, 라나 태국어, 영어···"
라고 하길래 라나 태국어가 뭔지 물었더니
태국 북부지역의 언어라고 했다.
표준 태국어(?)와 라나 태국어는
비슷한 어휘도 있지만 전혀 다른 어휘도 많아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 표준어와 제주 방언 정도려나.
신기했다.
라나였는지 란나였는지
조금 가물가물하지만
이렇게 또 하나 배우면서 마무리.
셋:
빠지면 섭섭한 회의도 몇 번
사실,
빠져도 섭섭하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
회의만 했다 하면
넷:
또 무슨 보고서를 써야 하니까요
봉사도 결국 기승전행정이지 뭐.
해야지 뭐.
그러고 나면
다섯:
밀린 영화 보기
기다렸던 작품을 안 놓치고 볼 수 있다는 점.
몇 주마다 한국과 태국을 오가는 생활의 거의
유일한 장점이자 낙이다.
지난 번에 왔을 때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을 시작으로
★★★★
어째서 우리는 서로에게
사랑이 아니면 괴물이어야 하는가.
김성수의
<서울의 봄>,
★★★☆
봄이 오는 줄 알았으나 더 혹독한 겨울이,
사임 사디크의
<조이랜드>
★★★★
국적이라는 허들을 넘어선 영화라는 용기.
올리버 허머너스의
<리빙: 어떤 인생>,
★★★☆
빌 나이가 묻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사랑은 낙엽을 타고>
★★★★☆
삶도 사랑도 전쟁 같은 현재에 보내는
가까운 미래의 러브레터.
를 봤었는데
앜ㅋㅋㅋㅋㅋ 이 영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독님,
나 왜 감독님 이제 알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이지
유머 코드가 너-무 내 취향이었다.
(전작들 찾아보기로 마음먹음)
그리고 이번에 들어와서는
마리 아마추켈리바르사크의
<클레오의 세계>
★★★★★
당신이라는 껍질을 깨고 나올 때
나의 세계는 더욱 단단해지고,
부터 챙겨봤다.
내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무엇, 혹은 누구.
그러나 우리는 곧 알게 된다.
그 무엇도 나만의 무엇이 아니고
그 누구도 나만의 누구가 아니라는 것.
글로리아라는 껍질을 깨고 나오려는
여섯 살 클레오의 세계를 지켜보는 뭉클함.
씩씩하게 돌아서는 그 뒷모습.
"놀이터에서
뻔뻔히 군림하는 모습에 반해
오디션을 제안했다."
는 캐스팅 디렉터의 말도
무슨 말인지 너무 알겠잖아요.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좋았다.
너어어어-무 좋았다.
이어서
자파르 파나히의
<노 베어스>,
★★★★☆
영화라는 예술이 아니었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이야기.
네오 소라의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
그가 떠난 자리에 멜로디는 남아 오래도록,
켄 로치의
<나의 올드 오크>,
★★★
직구가 가장 쉬웠어요. -켄 로치
민환기의
<길위에 김대중>,
★★★★
아카이빙의 승리.
그건 그렇고 길v위에가 맞는데.
박영주의
<시민덕희>,
★★☆
별 반 개는 실화 덕.
뤽 베송의
<도그맨>,
★★★
GOD대신 DOG에게서 찾은
믿음 소망 사랑의 우화. 너무 심한 우화.
크리스 벅, 폰 비라선손의
<위시>까지 봤다.
★★
100주년인 거 마치 열흘 전에 안 것처럼.
다음 주에도 보고 싶은 영화들이
한가득 개봉 예정이던데.
부디 돌아올 때까지 극장에 걸려있길.
🙏🏼
여섯:
좋아하는 곳 다녀오기
오랜만에 오무사에도 다녀왔다.
핑크 포트 와인이 있어 주문했으나
너무 달아서 거의 남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포트 와인 샘플러를 몇 잔
마시고 갔기 때문에.
보기만 해도 달다.
지난 열흘도 참 달달했는데.
ㅠㅠ
내일 공항 갈 생각하니
ㅆ
쓰
씁
씁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