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풀밭 위의 점심식사

아르헨티나의 휴양도시 바릴로체에 와 있다.





전진, 또 전진만이 살 길이던 일정에도 여유가 찾아와 아주 오랜만에 할 일 없이 돌아다니던 오후. 배가 고파 츄라스코 한 개를 사서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광장 잔디밭에 앉아 먹으려는데 자꾸 손님이 오셔서, 이것 참.





첫번째 손님: 벌 선생님

작고 귀여워 보이지만 어마어마하게 큰 왕벌 느낌이었다. 츄라스코를 번쩍 들어 올렸더니 종이에 묻은 마요네즈 쪽을 몇 번 공략하다가 이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붕 날아가 버렸다. 오케이, 하고 먹으려는데





두 번째 손님: 개 선생님


내 손 끝에 들린 츄라스코를 본능적으로 쫓는 저 간절한 시선. 눈이 마주치면 마음이 약해 질 것 같아 모른 척 하고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뭐야, 시무룩한 거니 지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거니? 나한테 뭐 실망이라도 한 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눈치가 보여 결국 빵과 채소 부분을 떼어 주었더니 사진 따위 찍을 새도 없이 먹어 치운 마르코 선생님(원래는 마르코가 아닐 확률 99%). 그러더니






왜 누워? ㅋㅋㅋ 입에 맞았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기 있는 거 보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똘똘한 마르코는 그렇게 나의 동정심을 자극하여 든든하게 한 끼 하고는 유유히 떠나갔다고 한다.





오늘의 스페인어


"Buen provecho!"     /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