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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어떤 문장은 마치 그러기로 한 듯이 ····· 이런 말을 덧붙이자. 언젠가 기타노 다케시는 말했다. "5천 명이 죽었다는 것을 '5천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한데 묶어 말하는 것은 모독이다. 그게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5천 건 일어났다'가 맞다." ······ 저 말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죽음을 세는 법'을 알게 됐다. 죽음을 셀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의 출발이라는 것도. ······ 인간은 자신의 불행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견디느니 차라리 어떻게든 의미를 찾으려 헤매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내 아이가 어처구니없는 확률(우연)의 결과로 죽었다는 사실이 초래하는 숨막히는 허무를 감당하기보다는, 차라리 이 모든 일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섭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 살아 있는 자를 겨우 숨쉬게.. 더보기
레슬리 제이미슨과 신형철 핑계지만 요즘 정말 책을 못 읽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읽은 『공감연습』.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레슬리 제이미슨, 그녀 자신의 상처를 포함하여 타인의 산발적 고통에 대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특유의 응시력이 인상적이었는데, 뭐랄까 (그럴 리 없겠지만) '고통'이라는 방이 있다고 할 때 이름표가 붙어있다면 우리는 최소한 심호흡이라도 하고 문을 열기 마련이겠지만 그녀의 글에는 그런 이름표가 없다. 그냥 느닷없이 방 한가운데에서 시작해 더듬거리며 한참을 두리번거린 후에야 그곳이 어딘지 알게 되는 그런 책이다. 의료 배우의 질병 연기, 거식증과 자해행위, 모겔론스 병을 앓는 사람들, 가난함, 소외, 폭력, 인종, 성별에서 야기되는 다양한 아픔에 대한 이야기. 그녀는 말한다. "공감은 그저 정말 힘드시겠어요 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