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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멸의 주간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10시간 정도 불명했던 서울시장의 행방이 사망으로 공식 확인되었다. 그 형태는 죽음이었지만 본질은 도피라고 봐야지. 그의 선택으로 피해자의 고소가 있은지 대략 하루만에 수사는 종결되었다. 삶을 끝내야만 지킬 수 있음을 알고 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내려놓으면서까지 끝내 지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일까. 환멸을 느낀다. 한국 최초의 성추행 판례를 이끈 사건을 변호한 인권변호사 시절을 거친 그가 유린한 것 역시 인권이라는 사실에 말할 수 없는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낀다. 이럴 때면 늘 괴롭다. 나는 또 나의 일상을 사는 것에 대하여. 우연히 나를 비켜간 것들에 안도하며 분노하며 내가 나의 일상을 사는 것이 미안해지는 일들이 왜 끊이지 않는가. 왜 바뀌지 않는가. 왜 36만 아니 그 이상의 영상 속에 박제된 범죄자의 죗값이 훔친 달걀 18개의 죗값과 동일시되는가. 부디 피해자의 몸과 마음이 무사하길 바란다. 그동안의 상처와 지금 이 순간의 충격에 자책하지 않고 앞으로의 고난에서 될 수 있는 한 빨리 벗어나 건강하고 안녕한 일상을 보내게 되기를 바라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