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아직 저문 것은 아니지만 2020년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해일 것이다.


일단 숫자가 그렇다. 2020. 이공이공. 이공이공원더키디 아하하, 아무튼, 재미있게 생겼잖아요. 2020년이라니, 와-아 뭔가 미래네. 어렸을 때는 그저 그런 먼 숫자였는데 막상 2020년 8월까지 살아보니 그때와 같다면 같고, 다르다면 다른 매일이다. 예를 들면 떡볶이를 먹을 때마다 '와 진짜 떡볶이 처음 만든 사람 누구야? 상 줘야 되는 거 아니야 진짜?' 하고 생각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하지만 새로운 전염성 바이러스의 출현이나 길고 지독했던 한국의 장마, 시베리아의 폭염, 호주의 산불 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것이 전혀 다른 미래로 나아가는 일인지, 아니면 겪어본 적 없는 먼 과거로 회귀하는 일인지. 그런 와중에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읽었다.


이 책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동시에 행동하는 책이다.






우선, 책 뒷면에 표시된 FSC 인증마크. 






표지와 내지 모두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하여 출간되었다. (보통은 비용문제로 아예 일반 인쇄지를 사용하거나 표지만 인증 종이를 채택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편집과 디자인에서도 종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띠지생략과 함께 낭비가 덜한 판형을 선택했고, 불필요한 잉크사용을 줄이기 위해 모노톤과 푸른색만 사용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하고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행동하는 책. 군더더기가 없고 야무진 만듦새가 저자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인상깊었던 내용 중에는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이라는 게 있다. 인류가 지구 자원을 사용한 양과 배출한 폐기물 규모가 지구의 생산 능력과 자정 능력을 초과하는 날이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인류가 그해에 주어진 생태 자원을 그날까지 모두 사용했다는 걸,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미래세대가 사용할 몫을 가져다 쓰는 셈이라는 것을 뜻한다."

(본문 p.64 중에서)





그리고 이어지는 통계분석 결과에 따르면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초과하지 않던 생태용량이 2000년이 되면서 10월, 2016년에는 8월 8일, 2019년에는 7월 29일로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 그나마도 전세계의 평균치가 이 정도일 뿐이고, 이것을 국가별로 나누어 계산하면 2019년 미국의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3월 15일, 한국은 4월 10일로 이 정도면 지구에 민폐 아닌가 싶은 수준이다. COVID-19의 영향으로 에너지 소비가 더뎠다고는 하지만 어느새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며 살고 있는 2020년 8월의 오늘, 우리는 이미 2021년의 지구, 2022년의 지구를 빚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 위에 앞선 장면이 하나씩 겹쳐진다. 2020년.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 왜 벌어지고 있는가.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지구의 안녕을 우려하는 수많은 기사들은 쏟아진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계절 중에는 겨울을 좋아해서 추운 나라를 겨울에 여행하는 일에 낭만과 환상을 가지고 있다. 아이슬란드나 그린란드, 러시아의 오이먀콘 마을도 아껴둔 꿈의 여행지 중 한 곳이다. 가면 되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극의 빙하가 이미 탄력을 받아 우리의 노력으로도 그 녹는 속도를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등의 기사를 볼 때마다 어쩌면 정말 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닐까, 불안하고 슬퍼진다.





몇 년 전부터 조금씩 물건을 줄이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처음에는 가지고 있는 물건들로 설명되는 내가 아닌 온전한 나로 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과정과 결과가 모두 환경과 밀접할 뿐 아니라 추구하는 가치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며 자연스럽게 관심이 확장되었다. 하지만 이런 결심이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유난스럽게 보이거나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절충하거나 예외를 두며 적당히 넘어가는 때도 많다. 그럴 때 이 책이 '자연, 환경, 기후 그 안의 일부인 우리에게 국경이나 시차는 없다. 행동해야 한다.'고 다짐할 동기를 주었다. 좀 더 목소리를 내도 괜찮다, 내야 한다, 독려해 준 셈이다.



하여, 실천하고 있는 것들 :


걷기 & 자전거 이용하기

: 나름 기준이 있는데 편도 3km 이내는 걷고, 8km 이내는 자전거를 탄다. 이 기준은, 해보니 이 정도가 나에게 맞았기 때문이고, 절대적인 것은 아니어서 웬만하면 지키려고는 하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실제로 엄청난 길치여서 초행길은 자전거 타고 가다가 고생 짱 많이함 주의※


텀블러 & 장바구니 사용하기

: 이건 많이들 하니까, 설명 패스.


생리컵 사용하기

: 패드나 탐폰 대신 생리컵을 사용한 지 반년 가까이 되었는데, 위생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훨씬 만족도가 높다. 무한 추천.


다회용 마스크 사용하기

: 예전에는 일회용 마스크를 사용했으나, COVID-19 이후로는 다회용 마스크를 구매해 세탁 후 재사용한다. 면 보다는 살짝 쫀쫀한(이름을 모르겠군) 소재로 만든 마스크가 세탁도 쉽고 건조도 빨리되어 선호하는 편. 외출 후 손으로 조물조물 빨아 건조. 나의 경우에는 한 장을 짧게는 1개월, 길게는 2개월까지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하지 않는 것들 :


샴푸 & 컨디셔너 사용하지 않기

: 노푸. 물로만 감는 것이다. 거품을 내어 감고 헹구었을 때의 시원함을 버리지 못해서 몇 번 시도하다 실패했었는데 올해 3월부터 약 4개월 정도 했다. 두피가 노푸에 적응이 되면 오히려 덜 가렵고, 모발이 막 기름진다거나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여름에는...... 한여름에는....... 잠시 보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타일러 라쉬씨의 경우, 친환경 소재로 만든 비누를 사용한다는데 아하, 그런 방법도 있구나 싶어서 참고 후 대체할 가능성 있음※


화장솜 사용하지 않기

: 원래 세안 후, 화장솜에 토너를 묻혀 한 번 스윽 닦았는데, 이것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역시 반년 정도 되었는데 화장솜을 사용했을 때와 놀라울 정도로 차이가 없어 지속할 예정.








내가,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이,





또 그 이후의 인류가,





아이슬란드 밤하늘의 오로라가 얼마나 신비로운지, 머나먼 파타고니아의 빙하와 봉우리는 또 얼마나 경이로운지 두 눈 가득 담을 수 있도록. 겨울이 있어 여름이 찬란하고, 여름이 있어 겨울이 낭만적일 수 있음을 온몸 가득 채울 수 있도록.









소소해도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