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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비범한 여행: 한 달째

오늘도 광장에 앉아 어제의 마르코를 은근히 기다리며 생각해 보니 여행 시작 한 달째가 아닌가






그래서 그려 본 여행의 기록. 이 한 장에 6개월 동안의 여정을 그려 나갈 수 있을까,







바쁘게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크구나.





Buenos Aires



여행이 시작된 도시.




뜻밖의 만남으로 설레기도 했고,




El Ateneo 서점에서 스페인어 공부 겸 기념으로 산 동화책. 아직 펼쳐 보지도 않았다. (뭐야)




무엇을 먹든 둘세 데 레체 맛이 있다면 일단 그것으로 고르기도 했다. 눈썹이 춤을 추는 맛.




벼룩시장에서 팔찌도 하나 샀다.




참참, 신라면도 3개 샀었다. 지금은 다 먹고 없지만.




해 질 무렵이면 하이애나처럼 어슬렁어슬렁 마트에 가 소고기를 사서 구워 먹었다. 참 쌌다.




또, 이과수에도 다녀왔었다. 옆 동네처럼 말하지만 버스로 편도 19시간 정도가 걸려, 하룻밤 자고 왔는데 다녀오니 4일이나 흘러 버렸다.




다시 돌아온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공휴일을 맞아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사실 공휴일이 아니어도 머무르는 동안 자주 봤었다.





Ushuaia



세계의 끝. 이라고 하는 곳. 사실 진짜 끝은 칠레에 있다고 한다.




우수아이아 공항. 아담한 새 둥지 같았다. 나무로 된 계단을 밟으면 삐걱삐걱 따뜻한 소리가 났다.




100년이 넘는 시간을 간직한 카페.




비싸서 맛 없으면 가만히 있지 않으려고 했는데 맛있어서 가만히 있었던 대게와 스튜 요리. 남은 음식은 겨라씨가 싸가서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이곳에 왔으니, 하며 침대에 누워 다시 본 해피 투게더. 보영과 아휘.




배를 타고 비글해협 사이 사이를 다녀 보기도 했다.




아휘의 슬픔이 묻힌 세상의 끝 등대. 동양인인 나만 알고 아무도 모른다. 아휘 따위.




배에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었던 작가 아저씨. 헬기 투어도 같이 갈래? 라고 했지만, 미안해요 돈이 없었습니다.




다음 도시로 가는 버스표를 사던 중 눈에 띄었던 책. Hey! 정도의 뜻이라고 빨간 셔츠의 직원이 알려 주었다. 오래 전 이 곳 원주민들의 언어.




우수아이아에서의 마지막 밤.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상지씨가 비빔밥을 만들어 주었다. 참기름만 넣어도 벌써 무드가 달라진다. 음 스멜.




별 다르게 한 것은 없었지만 그곳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어쩐지 충분했다.





Torres Del Paine



트레킹을 위해 찾은 칠레의 파타고니아 지역. 3박 4일 간 하루에 한 포인트씩 크게 W모양을 그리며 하는 트레킹이 예정되어 있었다.




트레킹 전, 준비를 위해 들러야 하는 작은 마을 뿌에르또 나탈레스에서 묵었던 숙소. 이틀 일찍 도착해 동행 소라씨를 기다렸다.




침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잠을 설쳤다. 후에 도착한 소라씨와 영배씨는 이정도면 상급이라며 엄지를 치켜 세웠지만 나는 결국 침낭을 펴고 말았다.




트레킹 하루 전. 식량도 구비하고 장비도 대여했다. 이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아마도 최소한의 짐만 꾸리는 중이 었을 것이다. 필요 없는 짐들은 잠시 이곳에 맡겨 두고 가볍게 다녀올 계획이었다.




트레킹 첫 날. 아휴 저 순진한 발걸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W의 가장 오른쪽 포인트 Torres 봉우리. 트래킹을 마치고 산장에 내려 왔더니 발에 물집이 터지고 무릎이 시렸다.




둘째 날. 산장에서 산장으로의 이동. 거리는 짧은데 짐을 가지고 가야 해서 상당히 지쳤다. 하루만에 파타고니아 물정을 조금 알아버린 것 같은 뒷모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걸으면서 인생에 대한 전방위적인 고찰을 하다가 그만 득도할 뻔 했다. 그리고 그날 밤. 다음 일정에 늦거나, 늦어서 혼나는,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악몽을 줄줄이 꾸었지. 




셋째 날. 우리의 모든 리듬이 코스에 점차 적응되어 가장 많은 풍경을 기억하는 날. 그 중에서도 W의 가운데 포인트 가까운 곳에서 보았던 빙하. 이따금씩 방하가 녹아 떨어지는 소리가 굉장했다.




마지막 날. 동 틀 무렵 부지런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W의 마지막 왼쪽 포인트를 향해 출발하려는데 바람이 심상치 않았다. 짐 놓아 둘 곳을 찾던 몇 분 사이에 추위를 오롯이 체감한 우리는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go 와 stop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 소라씨. 쌔근쌔근 생각하는 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기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하여 과감하고 빠르게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탈출에 성공.





El Calafate / El Chalten



짐을 맡겨 두었던 작은 마을로 돌아가 조금 더 좋은 컨디션의 숙소로 옮겨 이틀 정도 쉰 우리는 원래대로 라면 헤어져야 했지만 동선이 같아 함께 이동했다. 엘 깔라빠떼와 엘 찰튼,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지역으로 왔다.




먼저 모레노 빙하가 있는 엘 깔라빠떼. 홀린 듯이 빙하 트레킹을 신청했다. 또 트레킹을 하다니. 나도 알 수가 없다. 어쨌든 빙하 트레킹은 들어가는 깊이나 내용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었던 나는 빅아이스 투어를, 소라씨는 미니 트레킹 투어를 신청해 각자의 하루를 보내고 다시 만났는데 빙하와 빙하가 맞닿은 곳에 고인 물 웅덩이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빨려 들어갈 듯 새파랗고 아득한 깊이. 아름다웠다.




가이드가 만져 보라며 준 웅덩이 표면에 얼어있던 얼음. 대여한 장갑이 매우 컸다. 보거스인 줄.




기념품점에서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마그넷을 발견해 바로 샀다. 아르헨티나 영토 모양의 마그넷. 그러나 다음 날 또 하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아르헨티나 북부에서 남부 파타고니아까지 주요도시를 관통하는 RUTA 40 표지판과 이정표가 함께 딸린 마그넷. 이렇게나 작은 것 조차도 짐이 될까 자잘하게 걱정 걱정.




며칠 뒤 도착한 엘 찰튼. 버스로 3시간 거리에 있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 왔다고 하면 또 트레킹이냐 싶겠지만




다른 건 몰라도 Fitz Roy 봉우리에 아침 해가 반사되며 붉게 물드는 그 광경은 꼭 보고 싶었다. 길을 잘못들어 멀리서 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분홍빛으로 물든 하늘은 역시나 아름다웠다. 대신




다음 날 헤어지며 소라씨가 건네 준 엽서 속 사진으로 위안을 삼았다. 캬, 이건데 이거.




뿐만 아니라 소라씨는 내가 좋아했던 비스킷과 초코바를 기억하고는 헤어질 때 엽서와 함께 살며시 건네 주었다. 고마웠고 즐거웠다. 그렇게 우리는 웃으며 헤어졌다.





그녀는 우수아이아를 거쳐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바릴로체로 왔다. 





San Carlos de Bariloche



바릴로체. 휴양도시. 남미의 스위스라고 불리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조건 여기에서 쉬겠다고 다짐하고 왔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대체로 좋았다. 일단 숙소.


조금 외진 곳에 있긴 하지만 가격대비 좋았다. 널찍했고, 깨끗했다. 시트는 하얗고 좋은 향이 났다. 6인실인데 전혀 답답한 느낌이 없다. 방 한 쪽에는 공용 매트가 있어 나는 오후면 홀로 앉아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거나 사진 정리를 했다.




그리고 계절.


이곳은 가을이다.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한낮에는 돌아다니기에 딱 좋은 날씨. 나는 맨발에 크록스만 신고 돌아다녔다. 발가락이 조금 시리기는 했지만.




또, 풍경.


바다인가 아닌가 헷갈릴만큼 큰 호수가 있어 이 길을 따라 걷기도 뛰기도 참 좋다.




버스에서 잘못 내리는 바람에 이런 예쁜 장면도 보고.




그리고 츄로스.


둘세 데 레체가 들어간 츄로스라니. 에헤-이, 그냥 못 지나가지 내가. 자석처럼 이끌려 들어갔는데 과연 탁월했다.




커피 한 잔에 츄로스 2개가 65페소. 우리 돈으로 4,000원 정도다. 매일 갔다.




그리고 또 타이밍.


마침 초콜릿 축제 기간이었다. 바릴로체는 초콜릿이 유명하다. 첫 날 저녁에는 세상에서 가장 긴 초콜릿을 만드는 행사가 있었는데, Civico 광장 입구를 따라 이어진 중앙 도로에 초콜릿을 만들기 위한 백 미터가 훌쩍 넘는 긴 테이블을 설치하고 그 위에 재료를 부어 만든 뒤 완성되면 모두가 나누어 먹는 것이다. 나도 기다렸다가




두 조각 받았는데. 오, 맛있잖아 이거? 모든 것이 이렇게나 달달하고 좋았는데 딱 하나,




물가.


원래 비싸다고 하는 파타고니아 지역 중에서도 가장 비싸게 느껴졌다. 세탁비가 90이 뭐야 90이. 빨래가 이만큼 쌓였다고, 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을 만한 곳이었다. 찾아 보면 케이블카나, 자전거 하이킹, 페러글라이딩, 트레킹, 하다 못해 스키까지. 마음만 먹으면 할 것이 넘쳐나는 곳이기는 해도 나에게는 그저 지도를 방석으로 깔고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아무것이든 하며 지냈던 곳으로 그렇게 기억될 것이다.




물론, 무려 예약까지 해가며 실행에 옮긴 무언가도 있었다. 고기가 맛있다는 레스토랑에 갔는데 확실히 맛은 있었지만 너무 많아 반 밖에 못 먹었다. 그리고 배는 부른데 어쩐지 나는 자꾸만 빵 쪽으로 손이 가고. 빵 바구니는 거의 다 비우고 나온 듯 했다. 오늘 저녁의 일이다.





이렇게 한 달이 흘렀다. 내일 또 다시 새로운 도시로 이동한다. 6시간. 가뿐하지 뭐/

 




오늘의 스페인어


"Estoy llen@."     /     "배불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