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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한번 보자 (feat. 위트앤시니컬)


아침에 우편물을 받았다. 꽤 우편물 받는 요즘.






작은 수첩 한 권과 뭔가의 리플릿은 바로






김언의 시가 스페인어를 만나는 시간






'2020 역:시' 라는 콘셉트로






한국문학번역원과 시집서점 위트앤시니컬이 함께 준비한 시 낭독회를 위해 제작된 리플릿이다. 그리고 이번 낭독회의 주인공이






김언 시인. 그리고 그의 시들이었던 것. 게다가 스페인어 번역이라니. 이거는 안 갈 수가 없는데? 하면서 신청했으나 심상치 않은 요즘 상황으로 인해 결국 취소되었다. 그렇지만 고맙게도 제작된 리플릿을 보내주셨다.






표지포함 32p, 중철제본으로 엮인 리플릿의 내지. 왼편에는 시인의 원시, 오른편에는 번역시. 그렇게 11편의 시가 실려있다. 특히, 마지막에 실린 <불안>이라는 시는 굉장히 흥미로운데,





불안




나는 어제 만났다.

너는 오늘 만났다.

누구를 만났는가?


불안해서 만났다.

불안해서 말했고

불안해서 서 있다.


나는 오늘 만났다.

너는 어제도 만났다.

누구를 만났는가?


섬광처럼 지나갔다.

불안해서 아름답다.

불안해서 가지런하고


불안해서 웃고 있다.

잇속에 낀 찌꺼기가

하루 만에 나왔다.


이렇게 노래한 원시를





Ansiedad




Ayer lo conocí

Hoy lo conociste

¿A quién conocimos?


Por ansiendad se conoció

Por ansiedad se habló

y por ansiedad se está de pie.


Hoy lo conocí.

Ayer lo conociste también.

¿A quién conocimos?


Pasó como un destello.

Por ansiedad es hermoso.

Por ansiedad es uniforme


y por ansiedad se sonríe.

Los restos atorados en los dientes

tardaron un día en salir.


멕시코의 번역가가 번역한 뒤, 이 시를





불안




나는 어제 그를 만났고

너는 오늘 그를 만났다

그는 누구인가?


불안하기에 만났고

불안하기에 이야기했으며

불안하기에 서 있다.


나는 오늘 그를 만났고

너도 어제 그를 만났다.

그는 누구인가?


마치 섬광처럼 지나갔다.

불안하기에 아름답다.

불안하기에 한결같고


불안하기에 미소 짓는다.

잇새에 걸려 있던 나머지는

하루가 지나서야 나왔다.


한국의 번역가가 한 번 더 번역(한 것인가 하고 혼자 추측)하여, 원시와 닮은 듯 다른 또 한 편의 시가 완성된 것이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서점에 문의 드렸더니 



정답입니다! : )



라고 답을 주셨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예 정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름다운 작업을 해주신 세 분,






그리고 디자인에 아침달. 작은 행사에 쓰일 리플릿인데도 알차고 정갈한 레이아웃이라 누가 했는지 참 센스 짱이시다, 했는데 아침달. 캬아. 아침달 역시 시집을 전문으로 하는 독립출판사로 서점도 운영하고 있다.













문득 마음이 아프다. 


어떤 시가 지닌 공기를 오롯이 다른 언어로 번역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김언 시인의 시가 새로운 언어로 노래될 수 있도록 멕시코의 번역가와 한국의 번역가가 주고받았을 노력이 가늠되고, 그것을 종이 위에 잘 짜 넣기 위해 기울였을 디자이너의 고민이 가늠되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나눌 순간이 빛날 수 있도록 준비했을 서점과 번역원의 분주함, 어떤 충만을 기대하며 이날을 기다렸을 이들의 기대감 또한 가늠되기 때문에. 계획한 일상이 자꾸만 무너지는 요즘.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야 되는 것인지는 몰라도, 계속 넘어지면 일어나고 싶지 않아지니까.





마침 눈에 들어오는 시,



언제 한번 보자




   삼월에는 사월이 되어가는 사람. 사월에는 오월이 되어가는 사람. 그러다가 유월을 맞이해서는 칠월까지 기다리는 사람. 팔월까지 내다보는 사람. 구월에도 시월에도 아직 오지 않은 십일월에도 매번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사람. 우리가 언제 만날까? 이걸 기약하느라 한 해를 다 보내고서도 아직 남아 있는 한 달이 길다. 몹시도 길고 약속이 많다. 우리가 언제 만날까? 기다리는 사람은 계속 기다리고 지나가는 사람은 계속 지나간다. 해 넘어가기 전에 보자던 그 말을 해 넘어가고 나서 다시 본다. 날 따뜻해지면 보자고 한다.


Nos vemos un día




   En marzo, dicen abril. En abril, dicen mayo. Y en junio, esperan hasta julio. Predicen que hasta agosto. Pasan una y otra vez esperando en septiembre, octubre y noviembre, que aún no ha llegado. ¿Cuándo nos veremos? Ha pasado un año entero prometiéndolo pero todavía queda un mes que se siente largo. Demasiado largo con demasiados compromisos. ¿Cuándo nos veremos? Quien espera sigue esperando y quien pasa sigue pasando. Tras acabar el año, recuerdan que habían dicho que nos veríamos antes de que acabara el año. Dicen que nos veremos cuando mejore el tiempo.


정말이지 이 말 밖에 할 수 없는 요즘이지만





다들 안녕히, 건강히, 또 무사히/





정말 오랜만에

오늘의 스페인어


aviso    /    공지






그래서 말인데... ¡Aviso!


리플릿 한 부를 드립니다. 서점에서 두 부를 주셨거든요. 관심 있으신 분은 이야기해주시면 언젠가 우리 만나는 날, 그날 드려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이거. 하 참. 언제 한번 보긴 봐야 되는데.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