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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9월 9일 이었다9

구글포토의 머신러닝 기술력은 참 살뜰해서 1년 전 오늘, 2년 전 오늘, 이런 것들을 잘 챙겨준다. (조금 섬뜩하지만 좋아♡) 아무튼






1년 전 오늘.


오늘도 야근이로군. 하며 회사 옥상에 올라가 찍었던 사진이다. 11층에 삼면이 통유리였던 사무실이라 해 질 무렵 이런 하늘이면 좀처럼 참기가 힘들었다. 그게 벌써 1년 전이라니. 빠르네.






2년 전 오늘.


영화 보고 오는 길에 베스킨라빈스에 들러 새로 나온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는데 충격적으로 맛있어서 찍었던 사진. 미숫가루 맛 아이스크림에 쫀득한 찹쌀떡과 땅콩인지 뭔지의 견과류가 아낌없이 박혀 있다. 요망하다 요망해. 한동안 사 먹었는데 언제부턴가 떡이 줄고 맛도 변해서 요즘은 먹지 않는다. 이름: 쫀떡쫀떡.






3년 전 오늘.


뉴욕 타임스퀘어 근처에서 찍은 사진. 긴 여행의 마지막 여정으로 뉴욕에 일주일 정도 머무르던 어느 날 찍었던 사진이다. 날씨도 좋고 마침 패션위크 기간이라 나만 빼고 다 세련됐지 뭔가. 그래서 H&M인가 ZARA인가 들어가 세일 중인 원피스 한 벌을 사서 바로 갈아입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입고 나가면 자주, 남미에서 산 거야? 라고 사람들이 묻곤 하는





그 원피스 ↖ 여기






그리고 6년 전 오늘.


6년 전은... 기억까지는 무리인가. 동네인 것만은 확실한데 그 이상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 산책하다 찍지 않았을까. 라고 추측해보는 사진.











이렇게 보다 보니 하-아 역시 9월은 하늘인가 싶고, 음악 들으면서 발 닿는대로 걸어야 하는 것인데 싶고, 창문 내리고 강변북로 정도는 달려 줘야 하는 것인데 싶어서 생각난





출처: Quincy Jones(@YouTube)

Quincy Jones, Septembro.

브라질리언 웨딩 송이라는 부제가 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맘때면 찾게 되는 곡. 그래서 제목이 9월인가. 정말 9월 같은 곡이다. 볼륨을 크게 하고 1년 전 오늘 같은 하늘 아래를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달린다고 생각하면 닭살이 돋을 정도로 좋다. 그런데 문득





스펠링이 어딘지 이상한데?


Sep_tem_b_ro


셉_템_브_로


Septiembre가 아니었네?

(셉띠엠브레: '9월'을 뜻하는 스페인어)


September는 더욱 아니고,

(셉템버: 같은 뜻의 영어)


한자 문화권의 언어는 더 아닌데,


뭐어-지?





하고 깨달은 것이다. 포르투갈어나 이탈리아어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구글링을 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서부터는 1년 전, 2년 전, 그런 추억여행과는 전혀 다른 장르의 이야기.





















결론부터 말하면 퀸시 존스의 곡 Septembro는 에스페란토어였다. 뜻은 9월. 그래서 '아아, 에스페란토라는 나라가 있구나.' 생각하고 궁금해서 또 구글링을 했는데... 글쎄 신세계가 열림.





에스페란토(Esperanto)


에스페란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인공어이다. "에스페란토" 라는 이름은 1887년 발표한 국제어 문법 제1서에 쓰였던 라자로 루드비코 자멘호프의 필명인 "D-ro Esperanto(에스페란토 박사)"에서 유래하였다. (Esperanto는 본래 '희망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국제적 의사소통을 위해, 배우기 쉽고 중립적인 언어를 목표로 하여 만들어졌다. 원래는 국제어라고 불리었다.


발췌: 위키백과, 에스페란토(@ko.wikipedia.org)





그러니까, 특정 나라의 언어가 아니라 국경이나 인종에 관계 없이 습득하면 누구나 구사할 수 있는, 만들어진 언어라는 것. 와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런 언어가 있었어? 나만 몰랐나요? 네?





쫀떡쫀떡 처음 먹었을 때랑은 차원이 다른 충격


😱






출처: 위키백과(@commons.wikimedia.org)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에스페란토 구사자의 수는 200만 명 정도로 위 사진과 같이 유럽과 동아시아에 많이 분포하고 있는데, 이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에스페란티스토라 부른다고 한다. 한국에도 에스페란티스토는 물론, 에스페란토협회가 있다고.

 




에스페란토의 발음체계는 슬라브어, 어휘나 문법은 유럽의 로망스어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문법적인 특징을 조금 살펴보면


에스페란토 문법


에스페란토는 성이 없고, 규칙적으로 동사가 변화하는 교착어이다. … 수는 단수와 복수가 있고, 형용사의 복수형이 존재한다. 동사의 인칭변화는 없고, … 비교적 어순이 자유로운 편에 속한다.


발췌: 위키백과, 에스페란토(@ko.wikipedia.org)





네? 정말요?? 성이 없고(감동1), 인칭변화가 없대(감동2)... 와ㅏㅏㅏㅏㅏㅏㅏㅏㅏ 뭐야ㅑㅑㅑㅑㅑ 최고잖아요, 선생님. 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



















세상은 넓고 모르는 건 너무 많다


















 신기해

















그런 오늘.


1년 전, 2년 전, 말고 오늘은 무엇을 했냐,






요리를 했다.


요리는 영 자신이 없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길고 긴 나머지, 요리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 TV에 감자 샐러드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영상이 나오길래 도전. 식빵 가장자리는 잘라서 러스크도 만들었다. 오-올 의외로 먹을만 했어. 후훗. 내년 오늘은 이 사진이 '1년 전 오늘'이 되겠지.





 


 그런 9월 9일 이었다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