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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록시마 프로젝트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영화를 볼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포스터에서 어딘지 모르게 감동 한 스푼 더하기 눈물 세 스푼의 향기가 느껴졌기 때문인데. 작정하고 '자 어디 한 번 슬픈 맛 좀 보아라' 하는 식으로 말을 거는 영화에는 흥미가 잘 안 생긴다. (그래서 〈7번 방의 선물〉을 아직도 보지 못했고요) 어쨌든,


이 영화도 그런 이유로 안 볼 생각이었는데, 즐겨듣는 몇 군데 매체에서 연이어 추천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되니 궁금은 하고. 방송만 듣기에는 아쉬울 것 같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본 것인데,





아아 정말 좋았다.





어린 딸 스텔라(젤리 불랑)와 함께 사는 엄마 사라(에바 그린)가 꿈에 그리던 우주비행사가 되어 지구를 떠나 마침내 우주로 날아오르기까지의 여정. 프록시마는 그 우주비행의 프로젝트명이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우주와 우주비행사를 다룬 이야기.


하지만 영화는 그 서사를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그려나간다. 익숙하지 않다기 보다 조금 다른 시선이랄까.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볼 때 우리가 기대하고 예상하기 마련인 것, 예컨대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우주의 모습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렇다. 우주 영화에 우주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그 우주에 닿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물론 3명이 한 팀이 되어 떠난다는 설정이지만 주인공에 중점을 둔다는 전제로) 유일한 지구인으로서. 지극히 벅차면서도 더없이 두려운 평범한 인간으로서. 그 여정을 깊이 있게 보여준다. 우주가 등장하지 않는 것에 납득을 넘어 그것이 등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설득력있는 전개.


그 힘은 사라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우주비행사의 꿈에 다가갔지만 여성이자 엄마로 그 꿈을 실현하려 할 때 감내해야 할 몇 배나 큰 혹독함이 우주에서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땅의 모든 '사라'에게 지구의 삶이란 애초부터 우주를 비행하는 일이었을지도.





어쨌든 가끔 이런 일이 있다. 보통은 포스터에 속아 '아, 또 속았네' 하고 작품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은 운이 좋게도 '오오, 괜찮잖아' 싶은 영화를 발견하는 일. 그때는 반대로



포스터 저거 저거, 최선인가요?



싶어서 아쉽기 그지 없다. 아니 뭐 나쁘지는 않은데 저는 그랬... 아무튼 저처럼 포스터만 보고 고민하셨던 분 계시다면 영화는 아주 괜찮으니 추천입니다. (엄지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