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전 어느 날, 페소아 할아버지가 그랬죠.
지금 밝아오는 이 아침은 이 세상 최초의 아침이다. 따스한 흰빛 속으로 창백하게 스며드는 이 분홍빛은, 지금껏 단 한번도 서쪽의 집들을 향해서 비춘 적이 없었다. 집들의 유리창은 무수한 눈동자가 되어, 점점 떠오르는 햇빛과 함께 퍼져가는 침묵을 지켜본다. 이런 시간은 지금껏 단 한번도 없었다. 이런 빛도 없었으며, 지금 이러한 내 존재도 아직 한번도 없었다. 내일 있게 될 것은 오늘과 다를 것이며, 오늘과 다른 새로운 시선으로 채워진 눈동자가 내일 내가 보는 것을 자신 속에 담아낼 것이다.
라고요. 맞아요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라는 것이 있을까. 매일이 최초이자 최후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쩐지 희망적이다. 그래. 오늘은 오늘뿐이니까. 어디 한번 살아 볼까. 이런 기분이 되는 것이다. 어제는 종일 비가 오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하늘이 새파래서, 그래서,
창덕궁에 갔다.
오늘은 최초의 오늘. 그리고 최초의 풍경. 문 밖의 저 자두나무도 최초의 자두나무일 것이다. 1년 전 오늘도, 3년 전 오늘도 나무는 그 자리에 있었겠지만 가지 끝 새순 하나, 그 위로 피어난 이파리 하나도 어제와는 달랐을 것이기 때문에. 끝이 있다고 생각하면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그건 그렇고
어이, 이봐
다 봤으면
그만 가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