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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거지를 더 좋아한다고 했잖아

요리가 좋아요, 설거지가 좋아요?

 

 

 

 

하고 누가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설거지라고 말할 수 있다. 그 편이 성향과 맞기도 하고, 요리를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별 다른 일 없이 화창했던 어느 날 오후. 슬슬 밥을 먹어 볼까 싶어 배낭을 열었더니 쌀 조금과 볶음 고추장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메뉴는 비빔밥이 아닌가. 하여, 겸사겸사 근처 시장으로 향했다.

 

 

 

 

 

음 그냥 과일이나 사다 먹을까. 하는 생각이 피어오르던 찰나, 저쪽 한 구석에 

 

 

 

 

 

이런 것이 있는 게 아닌가. 오 딱 좋다 딱 좋다, 를 연발하며 포도도 한 봉지와 함께 샀다. 아주머니가 분명 국물용 채소라고 하셨는데 괜찮겠지 하며 숙소로 복귀. 

 

 

 

 

 

먼저 밥을 했다.

 

 

 

 

 

몇 번 열었다 닫았다 하니 얼추 된 듯 하여

 

 

 

 

채소 투하.

 

 

 

 

 

그리고 고추장 쭈욱,

 

 

 

 

 

짜잔! 그럴 듯 한데? 하며 한 입 먹고 정말 깜-짝 놀랐다.

 

 

 

 

 

와 진짜 맛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렇게 맛있게 생겨 가지고 그렇게 아무 맛도 안 나는 건 너무 한 거 아닌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분 먹고 30분 닦은 냄비.

 

 

 

참기름과 계란이 없어서 그래, 라고 나름대로 실패 요인을 분석해 보았다. 그런데 다음날,

 

 

 

 

숙소에서 만난 훌리오 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얼떨결에 요리교실이 열리고 말았다. 요리에 자신이 없는 나에게 한 가지 요리법을 알려 줄테니 기억했다가 종종 시도해 보라는 것이었다. 얻어만 먹기에는 너무 미안한 나머지 나도 한국음식을 한 가지 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또 비빔밥에 도전을 했다. 이번에는 계란도 구입. 어제와 똑같이 요리해서 마지막에 밥 위에 멋지게 계란 프라이를 올리면 되는 것인데,

 

 

 

 

 

아 망했다.


진짜 왜 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솔직히 이 정도로 못 하지는 않는데 프라이팬이 오래 됐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표정은 뭐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훌리오 씨는 먹자 마자 아주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 세우고는 접시를 내 앞으로 밀었다. 훌리오 맛있게 먹지 못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설거지를 더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

 

 

 

 

해바라기씨유 안 되겠네?

 

 

 

 

오늘의 스페인어

 

Girasol     /     해바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