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앳 더 모먼트 At the Moment

 

 

예매해둔 전시를 보러 갔더니

입장 대기시간이 무려, 3시간

게다가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

 

 

 

 

이건 아니다

다음에 다시 오자

 

 

 

 

하고 나오는 길에 근처 작은 갤러리로 향했다.

 

 

 

 

 

 

 

 

 

 

 

 

 

 

 

임창민 개인전

<앳 더 모먼트 At the Moment>

 

 

 

 

 

 

 

 

 

 

각기 다른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의 조합을 통해 하나의 작품 안에서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니. 무척 흥미로웠다. 가령,

 

이 작품은 상해의 건물 내부에 있는 창문에 대관령의 눈 내리는 풍경 영상을 결합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익숙한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보고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비현실적인 순간을 목도하는듯한 기분이 든다.

 

 

 

 

 

 

 

 

 

 

일몰 무렵의 파도나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잎사귀, 또 흔들리는 여린 꽃잎처럼 잘 안다고 생각했던 작고 평범한 풍경이 각자의 특별한 순간이 되는 경험. 그중 가장 마음에 남았던 풍경은

 

네모난 프레임 너머 짙푸른 윤슬.

어느 여름에 본 바다가 생각났다.

 

 

 

 

8년 전. 아직 첫 회사에 다닐 무렵. 그때는 여름과 겨울이면 보름씩 휴가를 떠날 수 있었다. 직장인으로서는 좀처럼 누리기 힘든 호사. 그래서 오래 다닐 수 있었다고 120% 확언할 수 있다. 아무튼 8년 전 그 여름. 나는 크로아티아를 여행했다.

 

 

 

 

 

 

 

 

 


크로아티아의 남부. 두브로브니크에 머물던 어느 날.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서 오래 성벽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담벼락의 작은 이정표.

 

20130730 / Dubrovnik, Croatia

마침 목도 말랐는데

뷰티풀 뷰라니. 그것도 모스트 뷰티풀 뷰라니.

 

화살표를 따라 걷지 않을 수 없었다.

 

 

 

 

 

 

 

 

 

 

20130730 / Dubrovnik, Croatia

빼꼼 나타난 수상한 구멍.

 

 

 

 

 

 

 

 

 

 

20130730 / Dubrovnik, Croatia

이윽고 속속 밀려 나오는 사람들.

 

 

 

 

 

 

 

 

 

 

20130730 / Dubrovnik, Croatia

그 끝에 바다가 보이는 절벽 카페가 있었다.

 

 

 

 

 

 

 

 

 

 

20130730 / Dubrovnik, Croatia

이토록 가까이에서 넘실대는 바다.

 

 

 

 

 

 

 

 

 

 

20130730 / Dubrovnik, Croatia

계단을 따라 더 가까이 내려갈 수도 있었다.

 

 

 

 

 

 

 

 

 

 

20130730 / Dubrovnik, Croatia

카약 타는 사람들도,

 

 

 

 

 

 

 

 

 

 

20130730 / Dubrovnik, Croatia

수영하는 사람들도,

 

 

 

 

 

 

 

 

 

 

20130730 / Dubrovnik, Croatia

파라솔 아래에 앉아 그런 사람들을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나. 그런데 나, 복숭아 주스 마셨니? 아니 이런데서 지금 맥주 안 마시고 복숭아 주스를 마신 거야? 무슨 일이야 이게?


 

 

 

 

 

 

 

 

 

 

바다가 보이는 그날 그 자리에 앉아 마신 것이 물이었는지 주스였는지는 까맣게 잊고 이제 와 새삼 실망을 하면서도 결코 잊지 않고 있었던 무엇.

 

20130730 / Dubrovnik, Croatia

희게 부서지던 파도와 짙푸른 윤슬.

 

 

 

 

 

 

 

 

 

 

8년 후 서울에서 만난

8년 전 아드리아 해의

 

푸른 바다.

 

 

 

 

앳 더 모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