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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 1

10월 28일.

오늘은 올해의 300하고 1번째 날이다. 따라서

 

10월 27일.

어제는 올해의 300번째 날.

 

괜히 300에 맞추어 써보려고 했지만 쓸 수 없었던 글을 지금 한 번 써볼까 한다. 

 

 

 

 

 

 

 

 

 

 

 

 

 

 

 

 

 

 

 

 

1, 2, 3,

왜 굳이 하루하루 숫자를 세었는가 하면

 

이 책 덕분이다.

몇 년 전 친구가 선물해 준 페르난두 페소아의 책. 꽤 두꺼워서 몇 장 읽다 말다 또 읽다 말다 하면서 머리맡에 두고 주로 베개로(친구야 미안). 그러다 1월 1일. 매일 한 챕터씩 읽기로 결심했다. 결심도 실은

 

 

우울감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그 무렵에는 그랬다. 무력했지. 매일 규칙적으로 무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되니까. 아무튼 그래서 정한 습관 세 가지:

 

하나. 『불안의 서』를 매일 한 챕터씩 읽을 것

둘. 하루에 한 문장이라도 스페인어를 놓지 말 것

셋. 제 때 일력을 뜯고 뒷장에는 일기를 쓸 것

 

 

 

 

모두 481챕터인 『불안의 서』를 매일 한 챕터씩 읽기 시작했다. 그래서 셀 수 있었지. 300+1. 300. 그리고 그중 인상적인 문장은 스페인어로 바꾸어 적었다.

 

 

 

 

 

 

 

 

 

 

 

 

 

 

 

 

 

 

 

 

1월 1일 :

와아 나 열심히 한 거 봐. 처음에는 일력에 적힌 그날의 문장을 적었는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1월 9일 :

이때부터 책을 읽고 문장을 고르기 시작. 그러나

 

 

 

 

 

 

 

 

 

 

2월 중순 :

슬슬 조짐이 보이더니

 

 

 

 

 

 

 

 

 

 

3월 말 :

제법 대충하기 시작함.

 

 

 

 

 

 

 

 

 

 

4월 초 :

노골적으로 얕은 수를 쓰는 날이 많아짐.

 

"아니이~ 피곤할 쑤 이쨔나~"

(feat. 곽재식 선생님)

 

 

 

 

 

 

 

 

 

 

어쨌든 6월 초 :

이제 누구 보여주기 남사스러워짐.

 

 

 

 

 

 

 

 

 

 

그러나 6월 중순 :

여행갈 때도 잊지 않다니. 막 하는 것 치고는 상당히 성실한 면모를 보임.

 

 

 

 

 

 

 

 

 

이를테면

책은 무거우니까 사진으로 찍은 다음

 

 

노트와 펜만 가져가는 성의랄까요.

 

 

 

 

 

 

 

 

 

 

시간은 흘러 7월 초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그 다음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겠다는 거지 지금?

 

 

 

 

 

 

 

 

 

 

그러는 사이 10월 중순 :

또 다른 여행. 이제는 노트도 두고 감. (책 대신)사진+(노트 대신)포스트잇+펜이면 OK.

 

 

 

 

 

 

 

 

 

 

이렇게 매일 했다. 피곤해도, 졸려도, 몸이 안 좋아도, 여행을 가도, 매일 했다. 귀찮지 않은 날은 그런대로. 귀찮은 날은 또 그런대로. 되는대로 했지만 매일 했다. 그 감각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매일 하고 있다는 감각.

그 감각이 힘이 되었다.

 

 

 

 

그래서

어제도

했는데

말이죠

 

 

 

 

 

 

 

 

 

 

10월 27일 :

짜-잔. 올해의 300번째 날. 동시에 우리 집 전기 나간 날. 엄마가 욕실 청소하면서 콘센트에 물을 시원하게 끼얹는 바람에 차단기 내려감. 시간은 밤 9시.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촛불에 의지해 할 건 했다.

(이튿날 아침 전기 복구 👍🏼)

 

 

 

 

 

 

 

 

 

 

그리하여 10월 28일 :

별다를 것 없는 오늘. 오늘도 했다. 그런 이야기. 그리고 괜히 300에 맞추어 써보려고 했지만 쓸 수 없었던 이 글을 지금 이렇게. 이 두 습관과 함께 일력 뒷장에 일기를 적기로 한 마지막 습관까지 모두 잘 이어오고 있다.(←월간 하루 뽑기 참조 바람)

 

 

 

 

내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나, 칭찬해.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