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식당>
사고로 후천적 중증 장애를 얻게 된 30대 청년 '재기'의 삶을 그린 영화로, 정재익 감독과 서태수 감독의 공동연출작이다. 극중 재기와 같이 30대 후반에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된 정재익 감독이 본인의 경험을 담아 글을 썼고, 이를 본 서태수 감독이 영화화를 제안하면서 세상에 나오게 된 작품. '재기의 삶'이라고 간단히 말했지만 사실은 복잡한 이야기다. 그리고 괴로운 이야기. 동시에 알아야 하는 이야기.
먹고, 자고, 이동하고, 일하는 삶이 장애를 가진 이에게는 왜 이토록 넘기 힘든 문턱이어야 하는지. 왜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만 그 문턱을 넘을 수 있는지. 감독은 사회가 만든 그 문턱의 모순과 허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복잡한 이야기.
그러나 이 작품은 한 걸음 더 들어가 그 문턱 너머의 세상도 이야기한다. 장애인 사회 내부의 부조리와 폭력, 착취에 대하여. 비장애인 사회와 다를 것 없어 너무나도 괴로운 이야기. 언론 시사회에서 서태수 감독은
"정재익 감독은 처음에 굉장히 두려워했다. 본인은 장애인 사회 내부에 있는 분이고, 저 역시 그런 부분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결국 정 감독님이 용기를 내주셨고 그래서 시나리오가 이렇게 완성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영화의 배경인 2016년 아직 시행하던 장애인 등급제는 2019년 폐지되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야기. 언젠가 알게 되겠지만 그날이 적어도 오늘은 아니었을 이야기. 그러니까 우리는 귀 기울여야 한다. 모르니까. 들어야 하고 봐야 하고 알아야 한다.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 모두가 동등할 권리는 찬성과 반대의 대상이 아니다. 이것이 토론의 주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알아야 하는 이야기.
낮에 읽었던 책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에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다. 요약하자면:
우리는 자기애를 부추겨야만 생존 가능한 경쟁 사회에 살면서 윤리적으로는 자기애를 버리고 이타적인 사랑을 발현하도록 강요 받는다. 이타심을 발휘하지 않는 자=자기애가 충만한 자=이기심으로 가득한 자로 여긴다. 그러나 '자신을 향한 사랑'과 '타인을 향한 사랑'이 정말 대립적인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내(에리히 프롬) 생각에 이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나 자신을 포함하지 않는 인간 연대란 없다. 나조차도 인간이니까. 자신을 향한 사랑이 곧 타인을 향한 사랑이고, 나에 대한 이해가 타인에 대한 이해인 것이다.
물론 여기서 프롬의 요지는 '그러니까 자기애를 소거해야 대상애가 가능하다는 착각을 버려. 그 둘은 대립하는 게 아니야. 한 몸이라고. 너 자신부터 사랑해. 그래야 남도 사랑하고, 삶도 사랑할 수 있어.'인데
뒤집어 말하면,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말 아닌지. 그래서 제발 이 영화를 봐 줬으면 하고 얼굴이 절로 떠오른 몇몇 사람들에게는 어쩐지 이런 말과 함께 영화를 강력 추천 해주고 싶은 것이다.
영화 꼭 봐 주세요.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해 주세요.
그럼 다 잘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