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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형사 해준(박해일)은 ‘마침내’ 죽은 남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의 그 말이 어딘지 이상하면서도 완벽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의심인지 관심인지 모를 감정으로 시작되는 수사.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을 봤다.

깐느 박 깐느 박 하지만 사실 그의 작품은 2003년 개봉작인 <올드보이> 이후 본 것이 없다. 특유의 자극적이고 작위적인 미장센이 좀 부담스러워서. 아무래도 현란하고 강렬한 이야기보다는 담백하고 사소한 이야기가 더 좋아서.

그런데도 이 작품은 기다려졌다.
왠지 보고 싶었다.











그렇게 본 <헤어질 결심>은 정말 좋았다. 특히 두 주인공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설정은 영화를 자꾸만 다시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기도 했다.


입으로, 손으로, 몸으로. 매일 수없이 하는 대화. 그러나 또 수없이 하는 오해. 같은 언어로 이야기해도 나의 말이 온전히 상대에게 가닿기는 어려우니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와닿은 상대의 말도 알고 보면 그게 아닐 때가 많다. 하물며 서로 다른 언어라면 더 그렇겠지.




그러나 중국말을 하는 서래와 한국말을 하는 해준의 대화는 그 어떤 대화보다도 깊고 정확하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깊은 사랑을 느끼고, ‘붕괴됐다’는 말의 의미를 찾은 뒤에는 그 고통에 정확히 동화된다. 그러므로 붕괴 이전의 삶을 되찾아주기 위해 스스로 붕괴되기를 선택하는 사랑.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모르는 모국어가 있고, 낯설기 때문에 온전히 알게 되는 외국어가 있다. 같은 언어로 대화를 한다고 소통이 원활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소통이 방해되는 것만도 아니다. 서래와 해준이 보여주였다.








출처: 다음(Daum) 영화


이야기의 거의 모든 것인 포스터.


이미 스포일러가 한가득인 포스터만 보아도 이 영화는 처음부터 수사물이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멜로. 그것도 웃긴. 그러나 진심으로. 그리하여 ‘마침내’ 이야기의 끝에서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올.




헤어졌으나 헤어지지 않은
영원히 미결로 남을 서래와 해준의


헤어질 결심.
















+ 하나
/
아무도 꼽으라고 한 적 없지만
최고의 대사를 꼽으라면, 해준의

"패턴을 좀 알고 싶은데요."

여기서
박해일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
정훈희의 안개, 그리고
정훈희x송창식의 안개




그리고 셋
/
아이폰 사용자는 시리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