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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음식 속으로

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만큼 정말 잘, 많이, 먹은 여행.

 

그다지 맛집을 꼭 찾아 가거나 긴 줄을 기다려 가며 먹는 편이 아니어서 여행을 할 때면 살이 빠지고는 했는데, 뻬루에 있는 동안은 매일이 기록 경신이었다. 바로 그 이야기.

 

 

 

 

 

먼저 Chifa.

중국식 볶음밥이다. 남미에는 중국 음식점이 참 많다.

 

 

 

볼리비아 음식의 여파로 속이 너무 허해 뭐라도 좋으니 밥 같은 것을 먹고 싶었는데, 뻬루의 첫 도시였던 뿌노에서 가격도 싸고 하길래 그럼 한 번,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로컬 식당에서 2-3천원 정도의 가격에 밥을 한 보따리 퍼 주는 것이다. 한 번에 다 먹을 수는 없고, 포장했다가 두 끼에 걸쳐 먹고는 했다. 맛은 뭐, 그냥 볶음밥이다. 어디를 가든 양이 어마어마. 엄청 배고픈데 돈이 없을 때 주로 갔다.

 

 

 

그리고 Trucha.

송어구이. 이곳저곳에서 팔기는 하지만 티티카카 호수와 인접한 지역에서 특히 유명해 따낄레 섬 투어를 갔을 때 그곳에서 먹었다. 나는 생선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특히나 양념을 한 생선요리는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데, 뜨루차는 연어구이 같기도 하고 짭조름해서 괜찮았다. 볼리비아에서 한 번, 뻬루에서 한 번 먹었더니 더 이상 먹고 싶지는 않았다.

 

 

 

크으-으 Picarones.

꿀을 뿌려 먹는 도너츠다. 아레끼빠에 있을 때 뻬루의 길거리 간식이 뭐가 있나 찾던 중 알게 돼 어학원 선생님께 물어물어 찾아가서 먹고 그랬다.

 

 

 

반죽을 순간적으로 기름에 튀겨

 

 

 

노릇하게 익으면 건져 내,

 

 

 

아카시아 꿀 맛이 나는 향긋한 (아마도) 조청 같은 걸 뿌려서 먹으면 되는데,

 

 

 

응? 할머니, 여기 있던 거 다 어디 갔어요?

하는 맛이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이 먹어 본 도너츠처럼 퍽퍽하고 무거운 반죽이 아니라 엄청 가볍고 파삭파삭한, 뭐랄까, 유니끌로의 경량패딩같은 그런 느낌인데 말이죠, ㅋㅋㅋㅋㅋㅋㅋ 잡는 순간 푹 꺼지는 그런 느낌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Queso Helado.

아레끼빠에서 맛 볼 수 있는 치즈 아이스크림. 시나몬 가루를 뿌려 먹는다. 샤베트 같은 식감이고, 바닐라 같기도 한데, 묘하게 내 취향이 아니었다.

 

 

 

같이 먹어서 더 좋았던 Rocoto Relleno와 Pastel de Papas. 그리고 Chicha de Jora.

 

 

 

먼저, Rocoto Rellono.

로꼬또라는 매운 고추 안에 고기를 기본으로 한 속을 채워 먹는 요리인데 이게 피망같이 생겼어도 맵기가 아주 야무지다. 하지만 정말 맛있었다. 아니 글쎄 제육볶음 맛이 나지 뭐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옆에 있는 음식이 Pastel de Papas.

으깬 감자와 계란을 층층이 쌓아 만든 요리인데, 로꼬또 레예노를 먹고 입에 불 났을 때 먹으면 진정이 좀 된다. 로꼬또 레예노와 같이 많이 파는데 왜 그런지 납득이 되는 맛.

 

그리고 뒤에 보이는 보라색 음료가 Chicha de Jora.

뻬루에서 나는 옥수수를 발효하여 만든 일종의 술인데, 막걸리랑 비슷하여 나는 별로. 비슷한 방식으로 자색 옥수수 모라다를 파인애플이나 계피와 섞어 만든 주스도 있는데 나는 그 음료를 좋아했다. 이름은 Chicha Morada.

 

 

 

Chicharon de Chancho. 

껍질 째 튀긴 돼지고기 요리다. 제법 바싹 튀기기 때문에 기름진 낙엽같은 느낌. 많이 못 먹었다.

 

 

 

사랑해요 Salteña.

실은 살떼냐는 볼리비아 음식인데 정말정말정-말 맛있다. 아레끼빠 시장에서 팔길래 하나 사 먹었는데 이럴수가. 이걸 살떼냐라고 팔다니. 생김새는 엠빠나다와 비슷하지만 많이 다르다. 고기와 올리브 외에 각종 채소를 듬뿍 넣고 즙이 자박하도록 속을 채운 뒤 굽는 방식이다. 그래서 곱게 먹을 수가 없고 홉! 홉! 흐르는 즙을 잘 흡입하며 먹는 것이 관건이다.

 

 

처음 살떼냐에 눈을 뜬 것은 볼리비아 첫 도시 우유니였다. 버스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배는 고프고, 엠빠나다는 그다지 별론데, 하지만 시간이 없네, 하며 집어 들었는데 아니, 아주머니 이거 이름이 뭐죠? 하는 그런 맛.

 

 

 

그 후로 수크레에서도,

 

 

 

산타크루즈에서도,

 

 

 

라파즈에서도,

 

 

 

코파카바나에서까지.

파는 곳을 물어, 찾아서 먹었다. 지역마다 만드는 방식이 다르다고 들었기 때문인데 과연 그랬다.

개인적으로 최고는 산타크루즈, 최악은 라파즈.

 

 

아무튼 그런 이유로 아레끼빠의 시장에서 먹은 살떼냐는 정말이지 라파즈 살떼냐의 뺨을 때릴 수준이었는데, 그곳을 떠나던 날 저녁. 마찬가지로 버스 시간은 얼마 안 남았는데, 배는 고프고, 오 숙소 앞에 살떼냐 집이 있었네, 하며 들어간 그 집에서

 

 

 

아주머니, 여기 하나 더요! 하는 맛의 살떼냐를 발견했다.

 

 

 

깔끔하게 두 개 딱 먹고 버스 탔다.

 

 

 

Caldo.

스프랄까. 국이랄까. 탕이랄까. 뻬루 로컬식당 메뉴에 빠지지 않는 음식.

식당에 가면 오늘의 메뉴처럼 점심이나 저녁이 몇 가지 정해져 있고, 식전 메뉴와 본 메뉴. 거기에 음료 정도가 포함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는데 깔도가 식전 메뉴로 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이것만으로도 배가 부른데 식전이었어? 싶었지만, 이제는 안 나오면 서운할 맛이다. 안에 들어가는 고기에 따라 종류가 다른데 닭고기가 들어가면 삼계탕 맛 비슷하고,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들어가면 갈비탕 맛 비슷하다.

 

 

 

Ocopa.

아레끼빠 지역에서 유래한 소스인데, 감자에 얹어 치즈와 함께 먹는다. 감자요리 전문점에 가서 주문했는데,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더니

 

 

 

이렇게 테이블에 국기를 꽂아 주셨다.

 

 

 

묵직하고 알싸하면서 매콤하려다 마는 맛인데, 괜찮았다.

 

 

 

아레끼빠에서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하여 가 본 스테이크 집.

점심시간대에 가면 합리적인 가격에 코스요리를 먹을 수 있다. 소. 알파카. 그리고 닭고기.

 

 

 

알파카라고 해서 특별한 건 모르겠고, 고기는 그냥 맛있잖아용 ☞☜

하- 참 좋은 레스토랑이었다- (아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로써 그냥 입기엔 좀 커서 막 입다 버리고 올 생각으로 가져 간 청바지가 제법 맞아 버리기 애매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더욱 더 꼭 맞아 버릴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지금부터는 그 이야기.

 

 

 

 

아무래도 리마에서는 수민이를 비롯해 여러 한국인 여행자들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해 먹는 일이 많았다. 이를테면

 

 

 

이런 것.

김치찜이다. 버스타고 한인마트에 가서 김치를 사다가 그걸 며칠 동안 방에서 익혀 돼지고기를 넣고 요리했다. 아무튼 찜이니까 쪄야 되는데 그게 시간이 꽤 걸려, 나와 지영씨는 대충 김치찌개 선에서 타협하고 빨리 먹고 싶었는데 수민이 주방사전에는 그런 게 없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기다려."

 

 

뭔데? 뭔데 그렇게 진지한 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기다리고 기다려 마침내

 

 

 

완-성!

너무 많은 거 아니야? 라고 해놓고 싹싹 다 비웠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 맛.

 

 

 

그리고 어느 날은 김치부침개.

 

 

 

너무 많은 거 아니야? 라고 해놓고 없어서 못 먹었다. 그런 경솔한 생각은 그 뒤부터 하지 않기로.

 

 

 

잠 안 오는 새벽 2시 22분에 사이좋게 끓여 먹은 짜파게티.

(개인적인 취향이기는 하지만) 날계란과 고추가루를 넣어 먹으면 훨씬 맛있다. 

 

 

 

외식으로 기분도 내보고, (그런데 기분을 너무 네 번이나 냈다 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만약 롤을 먹으러 갔는데 초코 롤이라는 게 있다면 먹지 않는 것이 좋아요. 또르륵,)

 

 

 

Churros.

꾸스꼬에 갔을 때 시장 어귀에서 사 먹은 츄로스. 우리나라 꽈배기랑 닮았고 되게 크다. 먹자마자

 

 

 

언니, 여기 두 개 더 포장이요! 하는 맛.

나중에 리마에서 규영씨, 주원씨가 추천해 준 츄로스 맛집의 그것도 이와 비슷해서 반가웠다.

 

 

 

우왕까야의 친환경 가스레인지.

주방이랄 게 따로 없어 옥상인 듯 아닌 듯 그런 뒷마당에서 불을 피우고 요리했다.

 

 

 

통삼겹구이 무드로 삭삭. 그리고 제육볶음도 같이 했는데

 

 

 

에구머니, 정신 차려보니 다 먹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붕어빵.

우왕까야 산 속 그 작은 마을 골목에 붕어빵이라니. 어머! 이게 뭐야! 하며 소리를 질렀다.

주인 아주머니의 친구가 한국에서 기계를 보내 주었다고 한다. 다같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셔서

 

 

 

찰칵,

(붕어빵 맛있쪄쪄용!)

 

 

 

그리고 이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엠빠나다도 맛있쪄쪄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둥, Ceviche.

뻬루 사람들의 소울푸드(라고 들은) 세비체. 사실 아레끼빠 시장에서 처음 먹었을 때는 그다지 다시 사먹고 싶은 맛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리마 시장 안 유명한 세비체 가게에서 두 번째로 먹고는 앗, 괜찮은데? 싶었다.

 

 

 

괜찮아서 이 정도. 훌륭했으면 이건 뭐, 접시까지 먹을 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규영씨와 주원씨는 세비체 감별사 같은 표정으로 명성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맛이라며, 세비체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는 식당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모두가 함께 한 최후의 맛집.

 

 

 

Ceviche. Arroz con Mariscos. 그리고 Chicharon de Mariscos.

세비체와 해물 볶음밥, 해산물 튀김이다. 세비체만 먹는 것 보다 튀김을 곁들여 먹으니까 훨씬 맛있었다. 세 번째 만에 나도 거의 눈을 떴는데,

 

 

 

다들 떴네 떴어.

특히, 규영씨는 이미 눈 떴는데 더 뜬 듯한 얼굴로 한 입 한 입 마음을 다해 먹었다. 왜냐하면 한국 가야 되거든 이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정말 맛있었다.

 

 

규영씨와 주원씨가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 지면서 우리가 묵었던 숙소의 끌라라 아주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는 일도 있었는데, 서로 긴 시간 친분이 있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아주머니가 아쉬운 마음에 마련한 식사 자리에 어쩌다 보니 우리도 함께 하게 되어 감사히, 맛있게, 잘 먹었다.

 

 

 

Lomo Saltado. vs 탄탄면.

아주머니께서 해주신 소고기와 채소를 짭조름하게 볶아 낸 로모 살타도. 먹기만 하니 뭔가 죄송하다며 주원씨가 요리한 중국식 탄탄면. 백종원 아저씨 레시피대로 땅콩버터랑 라면으로 한 건데 아 진짜 너무하네,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사진 속에 내가 있다. 그럼 이 사진 누가 찍었지? 소오름)

 

 

 

최초의 탄탄면.

사실 주원씨의 탄탄면이 있기 몇일 전에 규영씨의 탄탄면이 있었다. 국물이 있는 일본식 탄탄면. 먹을 때는 진짜 맛있었는데 다 먹고나니 느끼함이 말도 못했다. 땅콩버터가 꽤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맛있게 먹었지만 당분간은 생각도 안 날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 해놓고 몇일 뒤에 또 그렇게 맛있게 먹은 것이다. 롤도. 탄탄면도. 인간에게 한계는 없다.

 

 

이어서 끌라라 아주머니께서 해주신 또 다른 요리.

 

 

 

생선구이.

뻬루에서는 여기에 라임을 뿌려 새콤한 풍미를 더하지만 한국은 그냥 먹는다. 뭐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먹었다. 옆에 노란 채소는 유카. 식감과 맛 모두 감자와 비슷하다.

 

 

그렇게 우리는 끌라라 아주머니와 서로 만든 음식들을 주고 받으며 따뜻한 기억을 나누어 가졌다.

(유행어도 나누어 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 무이 리↗코↘, 마시↗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 사랑했던: 시리즈 1. 케밥.

3-4천원대의 가격에 엄청난 크기의 케밥인데 맛까지 좋다. 한국이었다면 분명 8-9천원 했을텐데. 

 

 

 

우리가 사랑했던: 시리즈 2. 카페

남미에서 마셨던 커피 중 가장 좋았는데, 빵마저. 아니 빵이 더 기가 막혔다.

 

 

 

리마를 떠나던 날에도 들렀는데,

아몬드 크로와상이 유명하다는 말만 듣고 구경도 못하다가 이날 딱 한 개 남아 있어 바로 주문,

 

 

 

어머, 어머어머, 어머머.

겉은 진짜 바삭하고 고소한데, 속에 바바나인지 뭔지 모를 잼이 새콤한데 달콤하고 부드럽기까지 하면 어떡하란 말이냐, 하는 그런 맛.

 

 

 

깨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략 이런 한 달을 보냈는데, 되짚어 보니 왜 살이 쪘는지 너무 너무 잘 알겠다.

사진으로 남긴 것 말고도 먹느라 바빠 남기지 못한 음식들도 많은데. 닭볶음탕이라든가, 짬뽕이라든가, 고추장 맛 비빔국수라든가, 또 뭐가 있었지. 아무튼 수민이, 규영씨, 주원씨가 요리솜씨가 좋아서 덕분에 잘 먹었다. 나는 설거지솜씨가 좋다.

 

 

모두가 떠나고 수민이와 나. 그리고 새로운 친구들만 남은 어딘지 허전한 며칠 동안에도 할 건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다같이 나누어 먹었다.

이번에도 끌라라 아주머니는 무이 리↗코↘, 마시↗따↘, 라고 말했고. 이번에도 수민이는 그걸 똑같이 따라했고. 이번에도 나는 그게 또 웃겨서 웃음이 터졌다. 그랬다.

 

 

 

 

오늘의 스페인어

 

Nada es imposible.     /     불가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