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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비범한 여행: 그리고 꾸바

마지막이기도 하고 조금은 다르게 마무리하고 싶어서 써 두었던 일기를 올려볼까 했지만, 이미 한국에 온 지도 한 달하고 반. 게으름이 극에 달해 하던 것도 이렇게나 밀린 상황. 그리하여






일기는 넣어 두고 하던대로 여행의 기록. 그 마지막.






꿈의 꾸바.

내 안의 '더 이상은 안 되겠다'와 '오늘은 또 참을만 한데 그냥 다닐까'가 롤러 코스터를 타던 직장인 시절. '봐봐, 안 되겠지?'라며 사직서 쪽으로 퐁당퐁당 돌을 던지게 했던 바로 그 꾸바. 그래서 멕시코도 버리고 마음 먹고 도착한





Havana



춤과 음악과 모히또만이 넘실거릴 줄 알았던 꾸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반나절 만에 회의에 빠졌다. 분명 사랑에 빠질 거라고 확신했던 나는 꾸바를 나가는 비행기 티켓만은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룬 나중으로 미리 사 두었던 터. 앞으로 대략 40일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보낼 수는 있을 것인가. 했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착착 적응하여




일본 식당을 찾아, 태연하게 치킨 데리야끼에 쌀밥 한 그릇 뚝딱하기도 하고






문 닫은 것처럼 보여도 실은 영업 중인 수퍼마켓이라는 것도 차츰 알아가며






친구를 만나면, 붕붕 달리다가도 일단은 멈추고 서서 수다가 한창인 기사님도 느긋하게 기다려 줄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오기는 왔는데 그 다음은 아무런 정보도 계획도 없어, 누군가 숙소 거실에 두고 간 가이드북을 보며 루트를 짜볼까도 했지만 어쩐지 봐도 모르겠고. 귀찮고. 그래서 언제, 어디로 갈 지도 정하지 않은 채 일단은 되는대로 하루하루 보내 보았다.






같은 방에 묵었던 쾌활한 대만 친구 Houte와 오비스뽀 거리를 걷기도 하고,






옆 방 친구들 Valery, Nita와 올드카를 타고 한 바퀴 부앙- 달려보기도 했다.






그 때 마셨던 caña azúcar con ron.






사탕수수에 라임과 파인애플을 곁들여






즙을 낸 뒤 럼을 넣어 마시는 술인데, 먼저 갈래? 난 몇 잔 더 하고 갈게! 하는 그런 맛. 






헤밍웨이가 묵어 유명해진 호텔에도 가 보았다.






유품들을 보니 꽤 건장하셨던 듯.






그곳이 어디든 가려면 일단 지나칠 수 밖에 없는 광장을 지나 (이름 모름)






더위가 잦아든 오후면 내키는 대로 걷다가,






길게 이어진 말레꼰 해변에 닿으면 둑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무래도 닮은 것 같은 까르따헤나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닮은 것 같은 까르따헤나.jpg






아무래도 닮은 것 같은, 정도가 아니라 그냥 이름부터 아바나인 까르따헤나의 어느 모퉁이 까페.jpg



(아무래도 닮았죠? 닮았어요.)



그러는 사이 일주일이 흐르고 몇 번, 룸메이트도 바뀌었다. 슬슬 이동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같은 방 일본 친구 Kiyoto와 함께 다음 도시로 이동했다.





Viñales



시가가 있고 커피가 있는 초록 마을, 비냘레스.




색색의 꽃들이 마당을 가득 메운 작고 예쁜 집들이 늘어선 활기찬 동네.






곳곳에 정부의 허가를 받은 숙박업소, 까사가 있다.

꾸바를 여행하는 여행객들은 이러한 까사에 묵을 수 있고, 숙박기간과 그 밖의 인적사항은 주인을 통해 정부에 보고가 된다. 때문에 까사 주인 입장에서는 손님이 많든 적든 수입에는 그다지 영향이 없으므로, 아침이나 저녁식사를 제공하여 수익을 내려고 하는 암묵적인 시스템이랄까 룰 같은 것이 있다. 라는 것을 나중에 알고 말았다. 어쩐지



2박 했던 까사에서 1박 연장하려 했더니 다른 집 소개해 주더라. 아침 안 먹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녁도 안 먹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몰랐어요 정말. ㅋㅋㅋ 어쨌든,






비냘레스에서는 오랜만에 투어를 했다. 비냘레스 국립공원 투어. 이렇게 말을 타고 공원을 돌며






호숫가에 앉아 삐냐 꼴라다도 마시고,






담배 농장에 가서






재배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시가 체험도 했다.






내 친구 꼬꼬 로꼬와 함께.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부끄러워쪄용 ㅋㅋㅋ



시가는 예상 외로 정말 정말 순해서 깜짝 놀랐다. 나중에 알았지만 싸구려는 그렇다고 한다. 쳇 그랬던 거야?






투어 마치고 돌아가는 길.



그렇게 우리는 비냘레스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헤어졌다. 그는 다시 아바나로. 나는 또 다른 도시로. 





Playa Girón



뜨리니닷까지 머니까 중간에 들러 볼까나 하고 들렀던, 세상 아름다운 물빛의 히론. 바다 말고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는 히론. 그게 싫었는데 또 그게 좋았던 히론.




지옥이 있다면 여기일까 싶은 컨디션의 꼴렉티보 택시를 타고 아침에 출발해서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한 히론 마을. 우웩. 다시는 택시 안 타겠다고 다짐했다. (결국 탔지만)






한적해 보여도 시즌이었는지, 몇 군데 돌아본 까사가 모두 만실인 가운데 어렵게 구한 까사. 헤매지 않도록 사진 한 장 찍어 카메라에 담고는 바로 해변으로 향했다. 음, 사자 두 마리가 지키고 있는 집.






실은, 오는 길에 보았던 북쪽 라르가 해변에서 이곳 사이에 늘어선 해변이 정말 예뻐서 가보고 싶었는데, 택시에 너무 시달려서 그냥 앞 바다나 가기로 했다.



언제나 단념은 빠르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고 조용한 바다.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맥주를 마시며 가방 베고 누워 하늘도 보다가






발리볼 삼매경인 친구들 구경.






저녁과 함께 찾아온 정전. 밤새도록 지치지도 않고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 했다. 그만해.. 재미없다구...........






다음 날, 간밤에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멀쩡한 아침.






발이라도 담가 볼까 싶어 이른 아침 다시 찾은 바다.






먼저 와서 조깅하고 간 꼬꼬댁 일가족의 흔적.






아빠에게 아침부터 수영 특훈받던 꼬마와 잠깐 같이 놀다 숙소에 돌아와 나는 또 떠날 준비를 했다.





Trinidad



2주 정도 머물렀던 도시. 사람들로 기억될 뜨리니닷.




금방 해가 쨍쨍하다가 또 금방 천둥번개가 치기도 하는 알 수 없는 날씨를 헤치며 뜨리니닷에 도착했다. Valery가 추천해 준 까사로 무작정 찾아가 체크인을 했는데, 지내면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한국인과 일본인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까사였던 덕분에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함께 낚시 갔던 날.






얼결에 낚았던 생애 첫 물고기.






어느새 친구들은 덥다며 하나 둘씩 첨벙첨벙 물 속으로 뛰어들었지만 나는 물이 영 뭐서워서 말이죠 






아무튼 그렇게 잡은 물고기로






맛있게 점심식사를.

(했는데 어쩐지 미안)






그리고는, 마실.






마실.






또 마실. 로 점철된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냈지만 좋았다.






어떤 날에는 친구들과 유명하다는 비치에도 다녀왔고,






또 어떤 날에는 1,000원의 행복으로 손톱도 칠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방을 들락거리며






어제 걸었던 그 길을 또 걷고,






매일같이 같은 시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서 있던 친구를 만나는 일도 소중했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이 말이 바로 그 친구인데, 10분만 걸어도 땀이 그야말로 비처럼 흐르는 더위에 한참을 서서 고개를 반쯤 떨군 어딘가 얼 빠진 듯한 표정을 매일 마주치니 말 타는 일이 미안해졌다. 이런 생각을 하면 뭐랄까 한도 끝도 없지만, 어쨌든 미안해졌던 것이다. 반성. 반성.






어제 그 가게가 오늘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고,






어제 차를 고치던 아저씨는 오늘도 열심이다.






매일 똑같은 테라스 위 하늘이었지만 그랬기 때문에






어떤 순간이 더욱더 선명하게 기억되는 것일지도.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래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고, 그래서 있다 보니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곳. 리마를 떠날 때와 비슷한 기분으로 아쉬움 속에 짐을 싸야 했다.





Camagüey )



까마구에이. (내 입맛 기준) 꾸바 최고의 피자가 있는 도시. 뜨리니닷에서 산티아고 데 꾸바까지는 버스로 12시간 정도의 거리. 이제 버스도 장거리도 지친 우리는 이곳에서 하루 묵고 가기로 했다. 뜨리니닷에서 만난 한국 친구 H와 함께.




본 적 없는 깨끗한 거리를 달리며






해야 했던 중요한 임무는 바로 비자 연장.


꾸바를 여행하려면 '여행자 카드'라는 일종의 비자가 필수인데, 30일간 유효하다. 그 이상 체류할 경우, 연장을 해야 하는데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뜨리니닷에서 가이드북을 보고는 문득 떠올렸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또 은근히 번거로워, 우선



1. 은행에서 수입인지를 구매한 뒤,


2. 여행자 보험 및 여권 등의 서류를 챙겨,


3. 이민국에 가서 신청을 한다.



라고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게 또 방문날짜가 까다롭다. 너무 늦게 가는 것은 당연하고, 너무 일찍 가는 것도 곤란하다. 만료 2-3일 전이 최적이다. 라는 원칙이 있지만, 사람마다 달라 어떤 사람은 한참 전에 가도 해 준다고도 하고, 아무튼 그때그때 다르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미리 해 두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 뜨리니닷에서 한 번 갔으나 퇴짜를 맞고, 까마구에이에 도착해 다시 한 번 시도해 본 것이다.



(허나 또 퇴짜. 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 진짜 ㅋㅋ)





Santiago de Cuba




음악과 춤의 도시. 뜨거운 꾸바에서 가장 뜨거웠던 도시.




드디어. 너무 멀어 갈까 말까 고민하고 고민했던 곳. 하지만 오고 싶었던 그곳. 산티아고 데 꾸바에 왔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귀를 기울이는 곳마다 음악이 있는 곳.






좁은 골목 사이사이에도






낡은 서점 한 켠에도 오래된 도시의 시간이 배어 있다.



그렇게 절반 이상의 날들을 보낸 어느 오후에 불현듯 덥고 힘든 것투성인 꾸바의 매력은



사람. 아무래도 사람인 것 같다. 생각했다.



물론 은근슬쩍 요금을 부풀리는 운전기사라든가, 어렵게 구한 폼 클렌징을 슬쩍하는 까사의 주인이라든가, 있었지만 그런 사람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꾸바는, 여행 중에 우연히 마주쳤던 사람들. 이를 테면,






아쉬워 야구장 문에 매달려 있던 나를






들어 오라며 이것 저것 안내해 주었던 아저씨처럼,






어설픈 설명에도 이리저리 수소문해 끝내 내가 찾던 곳을 데려가 주었던 Cindy처럼,



그런 친절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다시 찾고 싶게 하는 것 같다. 이것은 물론 지극히 사적인 결론으로, 나는 그랬다.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이를 북북 갈며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고 하는 사람도 꽤 있다.



그럴 수 있지. 우선순위는 다 다르니까. 가령, 더위에 약한 사람이라면 8월의 꾸바는 절대 피해야 한다. 이러쿵저러쿵 좋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나도, 까사를 나와 30분만 돌아다니면 친절이고 뭐고 사람이고 뭐고 수소문이고 뭐고 에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되었기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결론은,



"너무 더워서 그런지 사진이 별로 없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했어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혹시나 해서 찾아갔던 이민국에서는 역시나 또 퇴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 진짜 정말 ㅋㅋㅋㅋㅋㅋ)





Baracoa



동쪽 끝, 작은 마을. 꾸바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마을.




나는 바라꼬아가 제일 좋았어! 라고 Houte가 했던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여전히 뜨거웠지만, 조용하고 한적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나도 H도 바라꼬아와 사랑에 빠졌다.






이튿날은 유무리 강 투어. 이런 택시를 타고 돌며






배를 타고 강에 가서 물놀이도 하고,






카카오 농장에 가서 초콜릿 만드는 이야기도 듣고 그랬다. 바라꼬아는 꾸바 최대의 초콜릿 생산지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보았던, 높지 않은 편평한 봉우리가 인상적이었던 엘 융께.






그리고 바다.






바라꼬아의 바닷가 모래는 색이 검다.






흰 모래사장이 있다는 저 너머로 줄지어 소풍가는 사람들. 하지만 나와 H는 근처에 있는 폐야구장으로 향했다.






검은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변 끄트머리에 있던 야구장. 이제 더는 운영되지 않는다고 한다.






야구장 안에서 바라본 바라꼬아 마을.

눈을 감고 떠올리면 그려지는 꾸바의 풍경이 그대로 담겨 좋아하는 사진이다.






동네 산책하다가 더 가까이에서 다시 마주친 엘 융께. 볼 때마다 신기했지만 가지는 않는 것으로.






그리고

바라꼬아에서 드디어 비자 연장에 성공. 야호!






그날 밤. 프랑스 친구들 셋과 나와 H는 두 명의 기사와 함께 이 택시를 탔는데


"우리 택시는 에어컨 달린 현대식 택시라구!"


라고 장담할 때부터 반쯤은 흘려 들었으나 역시 거짓말이었다. 에휴 지긋지긋. 가네 마네, 짐을 내렸다 올렸다, 한참을 옥신각신한 끝에 겨우 출발에 합의. 몇 시간 달려 도착한 어딘가의 집에서 주유를 하고 또 끝없이 달렸던 밤.





Varadero




정신없이 헤드뱅잉하다가 눈을 떠보니 동이 텄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쭉 내려간 그 끝에서 다시 이곳 바라데로까지 올라오는데는 12시간 이상이 걸렸다. 아바나에서도 가깝고, 올 인클루시브 호텔들이 늘어선 꾸바 최대의 휴양지. 어떻게 보내나 했던 한 달이 이렇게나 금방이다.






나도 이곳에서는 남부럽지 않게 아침 먹고 놀고 마시고, 점심 먹고 놀고 마시고, 저녁 먹고 놀고 마시는 삶을 살았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것 같지만 이게 돌아서면 밥 때고, 돌아서면 밥 때인 것이, 그렇게 바쁠 수가 없지 뭔가. ㅋㅋㅋㅋ24시간이 모자라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날. 사람들이 감탄해 마지않는 바라데로 바다의 일몰을 보겠다며 호텔을 나섰는데 가도 가도 사람이 들어갈 만한 입구가 없고 휑한 것이 아무래도 이상해서






모르겠네 모르겠어, 하며 돌아와 바에서 부끄러울 정도로 삐냐 꼴라다만 집중공략해 마시고 놀았는데,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 듣고 안 사실이지만 바다에 가려면 호텔 밖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호텔 수영장을 끼고 안으로 들어갔어야 했다고 한다. 뭐어? 뭐라고오오오? 액티비티 장비랑 다 있고 그래애애애애? 아아 대충격.



뭐, 바다를 못 본 건 아쉽게 됐지만 덕분에 수영장에서 재밌는 꼬마를 만나 즐겁게 놀았으니 돼, 됐지 뭐. (또르륵)






바로 그 재밌는 꼬마. a.k.a. 복숭아.

같이 공놀이 하다가 영상을 찍었는데, 그게 재미있었는지 찍다보니 저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상을 주고 싶었는데 이메일도 없고 해서 주지 못했다. (이봐, 복숭아 군! 혹시라도 보게 된다면 연락해주렴.)



그러는 사이 열흘 남짓 함께 했던 H와의 작별의 시간. 북미를 거쳐 이곳에 온 그는 이제 한국으로. 나는 하루 더 쉰 뒤에 다시 아바나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다시, Havana



한 달 만에 다시 아바나. 그래도 두 번째라고, 눈에 익은 풍경들이 반가웠다. 이번에도 일주일. 이번에도 아무것도. 랄까 뭐랄까, 다시 찾은 아바나에서 알게 된 Rodolfo와 남은 모든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와 함께 근처 해변에 갔던 날, (이름 역시 모름)






이런 식물들이 자란 모래사장을 보고 떠올린






몇 년 전 여행했던 요론(与論)섬.jpg

부제: (아련하게)윤주야아아ㅏㅏㅏㅏㅏㅏㅏㅋㅋ.jpg 






또 하루는, 숙소 근처에 주차되어 있던 4212번 버스.

으응? 이 버스 정말 우리집으로 가는 버스인데? 하아- 탈까, 환승도 안 하니까 집까지 티머니 찍고 1,200원이면 가는데. 고민이 됐지만,



"에이 며칠 더 놀다 가자!"



그렇게 큰맘 먹고 후회 없이 더 놀았다. 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 왔을 때, 빨리 나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나가니까 너무 그리운 거예요. 그래서 다시 왔는데, 역시 나가고 싶어요나가면 또 생각나겠죠?



아바나에서 만났던 어느 여행자의 그 말을 기억한다. 그때 나는 그저 나가고 싶었을 뿐.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그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 것 같다. 꾸바를 떠나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벌써 내 마음도 그랬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시 가게 된다면 그때는



일몰이 멋지다는 바라데로의 앞바다도 보고, 아름다웠던 히론. 그리고 라르가에도 다시 가고 싶다. 사랑스러운 마을 바라꼬아에도 다시 가보고 싶고, 반가운 얼굴들을 다시 마주하고도 싶다. 그러나 막상,





다시 가면 나오고 싶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00%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의 스페인어


¡Chofer, déjame aquí por favor!     /     기사님, 여기서 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