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뉴스에는 한 정치인(남성)과 그 정무비서(여성) 사이에서 벌어진 믿기 힘든 일에 대한 폭로가 피해자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두려움에 떠는 약자의 그 위태로운 모습을 편하게 앉아 보기 고통스러웠다. TV를 끄고 내내 불편한 마음을 뒤척이다 어느 소설가의 수상 연설을 떠올렸다.
2009년 2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스라엘의 문학상인 '예루살렘상' 수상식장에 초청된다. 수상자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자치구에 가한 폭격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당시 상황과 맞물려, 자국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그 상의 수락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수상거부를 기대하는 쪽이 대부분이었지만.
어쨌든 그는 상을 받기로 결정하고 참석했다. 그리고 연설했다. 그중,
"그러나 제가, 단 하나, 매우 개인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것은 제가 소설을 쓰면서 언제나 마음속에 두고 있는 그 무엇입니다. 종이에 써서 벽에 붙인 적은 없지만, 그러나 제 마음에 벽이 있다면 거기에는 분명 이렇게 새겨져 있을 것입니다."
"만일 높고 단단한 벽과 그에 부딪히는 달걀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언제나 달걀의 편에 설 것이다."
오늘. 바로 지금. 그의 이 말은 너무나 절실하다.
가진 것이라고는 껍데기뿐인 달걀이 거대한 벽에 맞서 제 몸을 던질 때 감내해야 할 아픔과 외로움을 우리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스스로 한없이 약자였음을 세상에 드러낼 때 느끼게 될 모든 종류의 수치심을 떠안고 그럼에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사회에서 받을 상처는 또 어떻게 헤아릴 수 있단 말인가.
여기에 어떤 다른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거나 하는 등의) 시각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달걀로 바위를 칠 때, 언제나 달걀의 편에 서겠다는 마음. 그것 말고 다른 것은 모르겠다.
모든 그녀, 혹은 그에게 이 마음이 닿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 번쯤 읽어보기를 바라며,
수상 연설 전문 출처:
http://www.salon.com/2009/02/20/haruki_murakami/
수상 연설 번역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