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여자전쟁


『여자전쟁』





확실히 노골적이기는 하지만 긴 시간을 누구보다 치열하고 뜨겁게 살아온 저자의 삶을 떠올리면 납득하게 되는 제목이다.


저자인 수 로이드 로버츠(Sue Lloyd-Roberts)는 잔혹한 상처 한가운데로 파고드는데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던 언론인으로 기억되며 책을 집필 중이던 2015년, 병으로 눈을 감는다. 그리고 그녀의 딸 세라 모리스가 마지막 챕터를 완성하며 유작으로 남게 되었는데,





1   가장 잔인한 칼날, 여성 할례

    ::감비아


2  5월광장의 할머니들

    ::아르헨티나


3  종교가 박해한 '타락한 여자들'

    ::아일랜드


4  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 감옥

    ::사우디아라비아


5  민주화를 외치는 광장에서의 성폭력

    ::이집트


6  인신매매로 사라지는 소녀들

    ::해체된 구소련 국가들


7  유엔 평화유지군이 지나는 자리

    ::보스니아와 코소보


8  두 도시를 잇는 강제결혼 셔틀

    ::파키스탄과 영국


9  명예 없는 명예살인

    ::파키스탄과 요르단


10 세계에서 여자로 살기 가장 어려운 곳

    ::인도


11  강간이라는 전쟁 무기

     ::보스니아와 콩고민주공화국


12 제도화된 여성혐오

    ::영국



목차가 마치 저자의 연대기 같다.


그리고 각 챕터는 그것이 영화가 아닌 현실이라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할 내용들로 가득해 깊은 탄식마저 죄책감이 들 정도. 그래서 이 책에 대해 뭐라도 적어 보기로 마음 먹으며 메모해두었던 많은 문장들은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종교·문화·경제를 넘나들며 벌어지는 이 말도 안되는 일들이 모두 '여성이란 불완전하고 미성숙하며 어딘가 결함이 있는 존재'라는 공통된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을 덧붙인다. 또 하나. 그러한 인식의 틀을 깨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웠던, 혹은 싸워 나가는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낸 책이라는 점도.





당연히, 한국사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담배 좀 끊으라니까, 하하하!"


목소리가 잠겼거나 거친 이에게 이런 농담을 던지며 웃어 보인다면 보통 듣는 쪽은 여성, 하는 쪽은 남성이다. 웃으라고 던지는 저 말에 웃을 수 있으려면 '여자는 담배 피우면 안돼, 남자는 괜찮지만.'이라는 편견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래야 그것이 여성을 향했을 때 농담으로써 성립하기 때문이다. '이건 한국에만 있는 농담일까, 너무 싫은데.' 하고 한 번씩 생각할 때가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마주했을 때, 남성을 향해 저런 농담을 던지는 이를 나는 결단코 살면서 본 적이 없다.



이런 일상의 문제부터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인권과 같은 뿌리 깊은 문제들까지. 책 속에 담긴 이야기와 한국사회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으니,



수라면 이 사회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을까?





















출처: theecologist


책 날개에 실린 수. 그리고 그녀에 대한 이야기.



"수는 어떻게 같은 장소를 계속해서 잡히지 않고 드나들 수 있었을까? 다양한 여권과 국적을 활용하면서 그녀는 버마, 네팔, 루마니아, 짐바브웨 그리고 초기에는 러시아를 수시로 오갔다. 여성 성기 절제, 강제결혼, 명예살인, 온갖 형태의 인신매매 등의 문제를 그녀는 반복적으로 제기했다."





책 속의 모든 글이 뜨겁게 읽혔다.
















그리고 책 뒷부분에 있는 옮긴이의 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야, 옮긴이가




심수미 기자였다니! 하고 놀랐는데,












너무나도 뒷표지에 떡하니잖아? 하며 두 번 놀랐다.





한국의 방송사 기자로서 2017년은 어마어마했을 것이고, 누구보다 그 중심에 서서 엄두가 안 날 법도 했을텐데 번역을 결심했다니. 비록,



"그래서 2년이나 걸렸다. 전문 번역가였다면 3~4개월이면 해냈을 일이다."



라고 이야기하지만, 정말 대단하다. 또 다행이다.


















맞서 싸우는 이가 있고,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이가 있으며, 기억하고 꺼내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조금씩 바뀌겠지.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