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Daum 영화
1994년, 서울
열다섯 은희
대치동 중학생. B반 학생. 오빠에게는 때려도 되는 동생이자 언니에게는 언제나 뒤를 봐주는 동생. 문구점에서 볼펜을 훔치다 걸린 미도상가 떡집 막내딸. 놀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친구 엄마의 눈에는 방앗간 집 걔. 캘빈클라인을 좋아하는 지숙에게는 가끔 지 생각만 하는 친구. 이름이 예쁜 유리에게는 노란 베네통 가방을 멘 지난 학기에 좋아했던 X선배. 그리고 영지
를 알게 된 그때의 은희. 어쩌면
영영 알 수 없게 된 그때의 은희.
그때의 나는 은희보다 어렸지만, 결국 '나'이면서 '우리'다. 칵테일 사랑을 듣는 그녀가 나 같아서가 아니고, 삐삐에 찍힌 486486에 웃음이 새어 나오는 그녀가 나 같아서가 아니다. 사랑을 받는 것도, 그렇다고 사랑을 받지 않는 것도 아닌 애매한 존재. 어느 날에는 알 것 같다가도 또 어느 날에는 모르기 때문에 살아가는 존재. 그런 존재가
'나'이면서 '우리'다.
『벌새』는 김 감독이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하던 시절 꾼 꿈에서 출발했다. 완전히 새로운 곳에 정착하느라 '뿌리가 뽑혀 분갈이를 당하는' 기분을 느끼던 그는 중학생으로 돌아가는 꿈을 자주 꿨다고 한다. 그는 중학생 때의 기억을 글로 남겼고, 이것을 시나리오 형태로 옮겼다.
는 인터뷰 기사를 보았는데, 영화의 제목에 대해서도
"벌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인데 새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 제목으로 쓰고 싶다 생각했다. (···) 작은 몸으로 꿀을 찾아 날아다니는 여정이 은희가 포기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과 닮았다 생각했다."
고 밝힌 바 있다.
한없이 개인적이기에 지극히 보편적인 영화.
그 해를 포함하여 은희의 1995년과 1996년. 또 밀레니엄. 그리하여 2019년은 어떤지. 영지의 말처럼 여전히 알 수 없는지. 혹은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하는지. 그리하여 신기하고 아름다운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