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주 동안의 파타고니아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나는 어제 새로운 도시에 순조롭게 도착했다.
따뜻한 느낌이 드는 방이었다. 게다가 4인실인데 오늘은 나 혼자. 오예. 풍악을 울리고 짐을 풀었다. 아 30페소의 행복이란 별 게 아니로군, 하고 신이 나서 콧노래를 불렀다. 나쁜 일의 꽁무니에 좋은 일이 하나 딸려 나온 기분이었다.
밀린 글도 좀 쓰고, 사진 정리도 좀 하고, 빵과 바나나를 사러 마트에 다녀오니 해가 저물었다. 어디 좀 더 격렬하게 평화로워져 볼까, 하는 찰나에 들려온 노크소리.
호스텔 주인 프랑코 씨. 그가 저녁 식사에 초대를 했다.
하지만 프랑코 씨의 크나 큰 호의가 부담스러운 나는 어색한 가운데 파스타를 코로 먹으며 다음날
억지 트레킹으로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이게 뭐람 대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추운데
그만 걷고 싶은데
왜 왜 왜
하며, 지도에서 멀지 않고 어렵지 않은 킬링 타임 용 코스를 찾아 살금살금 올라갔는데 그곳에
펼쳐진 대지.
바람이 몹시 불었다. 거짓말 처럼 머리 위 가까운 곳에서 콘도르 한 마리가 까닭 없이 빙빙. 몇 번이고 돌며 날았다. 나도 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풍경이 펼쳐지면 들으려고 챙겨온 음악이 있었는데 숙소에 두고 왔다. 아쉬웠다. 누구도 오지 않는 그곳에서 혼자 한참을 앉아 그 시간을 만끽했다. 멋진 순간이었다. 비록
눈물과
콧물로
점철된 트레킹이었지만, 추위 때문이 아니라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여 흘린 것으로 그렇게,
오늘의 스페인어
"Lo siento." /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