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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남시무소] 2탄: 시 쓰기


'관객의 취향'에서 마련한 '일요작업실' 모임에 참여했다. 4주. 아무런 약속도 없는 일요일 오후, 따로 또 같이 글쓰기 시간을 공유하고 글을 공유하는 네 번의 만남을 갖는 것이다. 관객의 취향은 책과 영화 그리고 커피가 있는 독립서점이다.







2층, 투명한 유리문 너머에서 우리들의 작업은 시작되었다. 작업실은 하나, 인부는 일곱. 뚱땅뚱땅 각자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한 달 사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벚꽃은 지고 창밖에는 어느새 초록이 불쑥. 마지막인 오늘은 도란도란 일곱 개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는 시를 썼다.





시를 사랑한다. 왜냐하면

















사랑하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젠가 친구가 '너는 시가 왜 좋아?'라고 물어보았던 것이 생각나서 농담처럼 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진담이기도 하다. 진지하게 풀어놓기에는 너무 사적이고 긴 이야기가 된다. 그러니까 그냥 그런 것으로 하겠다. (당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그럼 한 번 감상해 보시죠/







거울









STRANGE


거울아 거울아 쿼크*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니 우주에서 가장 작은 알갱이라는데 그보다 더 작은 것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있니


야릇한 거울 속에 내가 있다.





CHARM


내일은 유난히 맵시있는 거울 앞에 서서 손을 내밀어 화해를 청한다 거울아 거울아 이건 꿈일까 생시일까 야릇하고 맵시있게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위와 아래를 제외한 모든 반영의 수명은


단지 10억 분의 1초. 그 이하.





DOWN


(고개를들어가만히들여다본다한치의오차도없는거울속에내가있다)





TOP


아니야 거울을 닦을래 나를 문지르며 문지르는 시늉을 하며 거울아 거울아 후 하고 입김을 불면 더욱 선명해지는 이 자국을 봐 오래된 자국 내가 원망스러워 아니 네가 아니 내가


꼭대기는 이 중 가장 무거운 것이라고들 했다.





BOTTOM


무엇도 비치지 않는 날에는 깊은 곳에서 잠복을 한다 아름다워질 때까지 바닥의 원래 이름은 아름다움이었으므로 이런 날에는 거울아 거울아 부르지 않아도


유일하게 비치는 그보다 더 작은 것.





UP


나는깨어나마침내


거울앞에


다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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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크(quark)*


: 렙톤(lepton)과 함께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로 추측되는 것. 쿼크는 up, down, strange, charm, bottom, top의 6종류가 있으며 up과 down쿼크를 빼고는 모두 수명이 10억 분의 1초 이하로 짧아 곧바로 붕괴해 버린다.


-png지식엔진연구소 『시사상식사전』에서 발췌








최근, 관계에 대한 생각을 좀 했었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지만 결국은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 시를 쓰게 된 배경과 부분적으로 담고 있는 의미, 전하고자 했던 생각 같은 것들을 포함해 소개하고 나니 얼마쯤은 후련하고 또 얼마쯤은 부끄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시를 쓴 뒤에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낱낱이 의미를 설명했던 적이 없었단 말이에요 ☞☜ 깨벗은 느낌이 아주 서늘했다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십대 중반에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학부 때, 국문학과 내 소모임(으로 기억하지만 정확하지 않음)에서 주최하는 시 공모전에 시를 몇 편 냈던 적이 있다. 당선되지는 않았다. 그런가 했는데 그로부터 며칠 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수화기 너머의 그분을 만날 수 있었다.





"이상하게 시가 자꾸 눈에 밟히더라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았어, 분명히. 그래서 만나고 싶었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책장에서 자신의 시집을 한 권 꺼내 내지에 빠른 속도로 무언가 후루룩 적은 뒤, 기념이라며 나에게 건넸다.





최영정 에게


2008년 12월 3일


김행숙 드림

(018-XXX-XXXX)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화번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그때 내가 전공과는 전혀 관계 없는 시인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다. 시인 또는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류의 이야기였겠지. 그래서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연락해도 좋다는 등의 이야기가 오갔던 것 같다. 그렇지만 가물가물 기억을 더듬는 이 와중에도 책을 건네며 하셨던 마지막 한마디만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나 참, 시집에 전화번호는 처음 적어보네. 하하."





그래서 나도 얼른





"그러게요, 저도 시인의 전화번호는 처음입니다?





라고 답하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신, 공모전 뒤풀이가 있는데 괜찮으면 가지 않겠냐는 제안에는 냉큼 따라나섰다. 이제와서 그날의 분위기 같은 것들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ㅋㅋㅋ 조금 즐겁고 많이 어색했겠지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 받은 시집. 이미 집에 가지고 있었던 똑같은 시집은 조금도 고민 없이 누군가에게 선물했던 것 같은데, 누구에게 주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내지 속 전화번호는 그냥 그렇게 숫자로만 남겨두었다.





어쨌든 오랜만에 이런 기억을 떠올렸더니 시를 쓰던 그때의 마음이나 기운이 함께 떠오르면서 그 시절에 쓴 시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정말 삼백 년 만에 싸이월드에 로그인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기, 과거의 나씨? 시를 왜 싸이월드 다이어리에만 남겨놓은 거죠?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한 번 감상해 보시죠/







플루토드









skip 1.

고독한 자들은 언젠가 명왕성이 된다. 창가에 앉아 눈 내리는 아침을 비둘기처럼 바라본다 저공을 활주하는 비둘기에게 확고한 것이란

이런 것이다 오늘은 전국이 흐리다가 점차 이상한 나라에서만 불어온다는 오래된 이야기가 내리겠군요


나는 우주를 유영하는 유일한 명왕성을 생각한다.


skip 2. (오래된 이야기의 클라이맥스)

죽은 게 아니야, 화난 거야 화난 거


skip 3.

중력을 따라 중력으로 가고 싶어 아니 중녘으로……


무색의 점들이 중력을 따라 내리는 오늘은 오래된 이야기가 내리는 일요일 긴 잠에서 깬 바다 물고기의 울음소리가 그렁그렁 퍼진다 우리들은 소멸되지 않기 위하여 소멸한다는 시린 운명을 가졌지요 저기 저 명왕성은 유일한 우리들이 아닐까요


어느 고독한 자들의 그림자 위로 흩어지는 무수한 우주파편들








이 시는 2006년이었나 아무튼 그 무렵,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되며 만들어진 신조어 플루토드(plutoed)가 미국 어느 협회에서 뽑은 올해의 단어가 되었다는 기사를 보고난 뒤 떠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까마득히 먼 곳에서 얼마나 외로울까' 그런 마음이었다. 오랫동안 이 문장들은 잊고 지냈지만 이따금씩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하는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신기한 한편, 뜯어고치고 싶은 부분이 상당히 많아서 좀 숨고 싶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좋은 글을 읽으면 질투하고 동경한다. 그런 감각은 복권처럼 늘 나를 뺀 몇몇만 당첨되는 건 아닐까, 낙담도 한다. 하지만 좋은 글을 쓰는데 그것이 다는 아닌 것 같다. 어떤 작가는 글쓰기의 힘이 엉덩이에서 나온다고 했고, 또 어떤 작가는 매일 정해놓은 시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무엇이라도 쓴다고 했다. 철봉에 매달리자마자 떨어지는 사람(←나)도 매일 연습하면 어떻게든 3초, 5초, 10초 매달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글쓰기도 매일 성실하게 근육을 단련하다 보면 꽤 탄탄해지지 않을까. 이래도 저래도 일단 적어나가 보는 것. 그렇게 꾸준한 글쓰기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고 생각만 하지 전-혀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나야 나♬ 나야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요작업실 덕분에 오랜만에 한 편 쓰고는 뿌듯뿌듯왕뿌듯









했다는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