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수많은 시민이 희생된 봄의
광주
光州
좋은 빛
그리고 그 봄의 전후.
지구 반대편에서도 수많은 시민이 희생되었다.
70년대 말, 80년대 초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Buenos Aires
좋은 공기
광주 그리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역사를 지나온 두 도시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 이상의 이야기. 곳곳에 새겨진 아픈 과거, 치유하기 위해 연대하는 현재, 기억하기 위한 미래에 바치는 영화.
아르헨티나에도 비슷한 역사가 있었음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작고한 저널리스트 수 로이드 로버츠의 저서인 『여자전쟁』을 통해서였다. 세계의 여성 인권 실태에 대한 내용을 다룬 이 책의 한 챕터로 '5월 광장의 어머니회'가 등장하는데, 군부독재 시절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이 만든 단체의 이름이다.
(책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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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전쟁
『여자전쟁』 확실히 노골적이기는 하지만 긴 시간을 누구보다 치열하고 뜨겁게 살아온 저자의 삶을 떠올리면 납득하게 되는 제목이다. 저자인 수 로이드 로버츠(Sue Lloyd-Roberts)는 잔혹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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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매주 목요일 오후 3시면 5월 광장의 어머니회 단체는 아르헨티나 독립의 상징인 5월 광장(Plaza de Mayo)에 나와 하얀 머릿수건을 두르고 생사를 알 수 없는 자식의 기억을 가슴에 품은 채 시위를 한다.

5월 광장에 그려진 하얀 머릿수건.
서로를 알아보기 위한 표식으로 집에 있는 천 기저귀를 머리에 묶었던 것이 이제는 그들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EBS 홈페이지에 로그인하면 오래 전 방영된 지식채널e의 해당 편 전체 보기가 가능하다.
(그 이야기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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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 광장의 어머니들
아르헨티나의 마요 광장에서는 매주 목요일 흰 수건을 머리에 쓴 어머니들의 조용한 집회가 열린다. 이들은 군사정권 하에서 실종된 사람들의 어머니들로 지금까지 35년간 집회를 갖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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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또 하나. 작년 이맘 때 5.18 민주화 운동에서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그 때의 여성들을 조명한 SBS의 다큐멘터리가 있었는데, 수의 『여자전쟁』과 같은 맥락으로 인상 깊게 본 기억이 있다.
(그 이야기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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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여성들의 이야기는 왜,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5월 27일, 마지막 새벽방송을 했던 주인공을 찾아가는 길에 마주친 수많은 5월의 여성들. 그녀들의 이름을 지금부터 불러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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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5월 광장에 가본 적이 있다. 그 무렵에는 이런 역사를 알지 못했지만. 다시 가게 된다면, 혹시 그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어떨까. 영화 예고편에도 나왔듯이 거울처럼 닮은 역사. 여전히 끝나지 않은 그 비극 앞에서. 어떨까. 여러 기분이 든다.
어쨌든 영화는 광주를 지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지나, 미얀마에 손을 내밀며 끝나는데. 미얀마 뿐일까.
홍콩
태국
콜롬비아
또 미처 알지 못하는 세계의 곳곳에 지금 이 순간에도 두렵고 까마득한 시절을 지나는 이들이 있다. 한국도 그렇다. 4월은 지났어도 5월은 여전하다. 우리에게는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잘 만든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필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기억해야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