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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약간의 화딱지
일의 기쁨과 슬픔까지는
▼
그럭저럭 이런 식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약간의 화딱지가 추가되면 그건
이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학교 앞, 붉게 물든 하늘도
요 며칠은 위로가 되지 못했다.
며칠 전,
룸메이트 샘이 독감에 걸렸다.
열이 내리고
바이러스가 전염력을 잃을 때까지는
함께 지낼 수 없어
잠시 방을 옮기게 되었다.
첫날은
노는 침대가 하나 있는
문화팀 샘 방에서 묵었는데
잠자리가 바뀌어서
자는 둥 마는 둥
일찌감치 일어나
세수도 안 한 채로 방을 나섰다.
그리고 커피 한 잔.
최근 알게 되어
거의 매일 아침 가고 있는 카페.
산미가 있는 원두를 쓴다.
너-무 좋다.
그리고 출근 준비.
퇴근하고 돌아와 이번에는
연극팀 샘 방으로 이사를 했다.
연극팀 샘들이 일찍 귀국해
잠시 남는 방이다.
웰컴인형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엽)
다음 주 수요일, 다시
한국 귀국 예정이라 그때까지는
이 방에서 지낼 것 같다.
벌써 3-4일째인데
역시나 낯설어서 적응중.
어제 아침에는
출근 준비를 하면서
커튼을 걷었다가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데?
알고 보니 원래 그랬다고
휴-우
난 내가 그런 줄 알았네. 아니면
새벽마다 찾아오는 그분?
희한한 울음소리를 가진
뭔가의 생명체가 매일 새벽
창문을 두드리고 있다.
새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첫날은 자다 간이 떨어질 뻔 했지.
초대해 주셔서 왔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하고 노크하는 수준으로
딱. 딱. 딱. 딱.
야무지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매일 그 정도로 두드리면
창문, 그럴 수 있어.
아무튼 하루하루
에피소드가 넘쳐나는
와중에도
할 것을 하고
할 것을 하며
할 것을 하다 보면
내 안의 화딱지도 조금은
작아지는 듯하다.
맥주. 그리고 묵묵히 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