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네이버 영화(좌), 리디북스(우)
스페인의 살바도르.
영화계 거장으로 살아왔지만 몸과 마음의 상처로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는 나이 든 예술가. 미완료의 과거에 짓눌려 고통 속에 산다. 몽상가 같은 아들로, 읽고 쓸 줄 아는 똘똘한 동네 동생으로, 또 위태로운 누군가의 연인으로 살아온 지난 날. 그러나 몇 개의 우연한 순간을 계기로 마침내 나아가기를 결심한다. 자신을 둘러싼 과거와 하나 하나 마주함으로써 나아가는 미래. 그의 미래에서 고통은 비로소 영광이 될 것이다.
일본의 세쓰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와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두 청춘.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안온한 시절을 보내던 50년대 말, 60년대 초의 그녀. 약혼자 후미오가 헌책방에서 사 모은 전집을 계기로 과거와 현재에 혼재한 알 수 없는 감정들에 답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스페인의 살바도르처럼 그녀 역시 마침내 나아가기를 결심한다. 분명 존재했고 더없이 소중했지만 이별함으로써 나아가는 미래. 더이상 후미오와 함께가 아닌 그녀의 미래는 이별하는 나날만큼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일본의 세쓰코는 시바타 쇼의 소설 《그래도 우리의 나날》 속 주인공이고, 스페인의 살바도르는 뻬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페인 앤 글로리》 속 주인공이다. 지인에게 선물 받아 소설을 먼저 읽고 며칠 뒤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어딘지 닮은 데가 있는 두 작품이다.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반면, 두 주인공이 과거 현재 미래를 대하는 방식은 또 완전히 달랐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스페인의 살바도르.
"내가 밟아 온 모든 경험이 나를 살게 하는, 살고 싶게 하는 삶의 수업이었다."
일본의 세쓰코.
"아무리 인간이 과거를 완전히 털어낼 수는 없다 해도, 앞으로의 삶을 과거의 규제에 따라서가 아니라, 과거의 부정 위에 새롭게 만들려고 시도하는 건 어째서 안 되는 걸까. 아니, 사람은 자신을 그렇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음으로써 내일이라는 날에, 무엇을 초래할지 알 수 없는 내일이란 날에, 희망과 살아갈 용기를 기대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실수와 함정으로 가득한 삶을 딛고 일어설 수 있겠어."
이토록 다르지만 결국 모두 나아가고자 했던 두 인물에 대한 이야기. 흥미로웠다. 많은 일본소설, 특히 20세기 중반을 시대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읽고 나면 너무나 쓸쓸해서 인생 뭐- 싶어진다. 그 시기 일본에서 나고 자란 세대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가 분명 있을텐데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상당히 허무해져 수분제로의 완전건조상태가 된달까. 어쨌든 두 작품을 보니 자연스럽게
그럼 나는 어떤 태도의 사람인가.
싶어진 것이다. 흠 보자, 그러니까 나는, 음- 응? 으응? 근데 머리 왜 이렇게 부스스하지? 안 되겠네, 머리 하면서 생각해 볼까? 하고는
머리를 볶았는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굉장하다 굉장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서운 건 작게 보는 거 아니겠어요, 선생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지경이라 생각을 못 했네?
(너무 늦었는데-)
하아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내일 신전 떡볶이 먹으면서 생각해야겠다 ♬
(어묵튀김도 꼭! 꼭! 약속해 ♪)
+
소설에 수록된 단편 〈록탈관 이야기〉에 대해:
소설가의 자전적 이야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록탈관'이라고 하는 라디오 진공관 덕후 중학생의 에피소드가 정말 귀엽기 그지없다. 반쯤은 록탈관 예찬이고, 또 반쯤은 염가(그러나 주인공에게는 큰 돈)에 산 록탈관에 하자를 발견하고는 가서 용감하게 따져 절반을 환불받아 온 데에 대한 무용담으로 채워진 이 단편은 대체 저게 뭘까 싶은 것에 애정을 쏟는 마음, 그 사랑스러운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그 시절, 서로가 빠져 있는 그런 매력을 암묵적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대부분 별것 아닌 내용뿐이었지만, 그런 수다는 말하자면 잔물결 같은 것이었다. 잔물결 아래에는 우리만이 이해할 수 있는 깊고 넓게 펼쳐진 푸른 물의 투명한 깊이 같은 것이 있음을 믿었다. 하긴 그건 핑계일 뿐, 중학생인 우리는 그저 힘이 넘쳐 짹짹거리는 참새처럼 종일 라디오 얘기를 재잘거렸던 것뿐일지도 모른다."
라든가,
"…드디어 정류관도 꽂고 정말로 마지막 스위치를 올리는 일만 남는다. 자, 이렇게 되면 우리의 흥분은 최고조에 달하고, 손이 멈출 수 없이 떨리기 시작해 정작 중요한 정류관을 제대로 끼우지 못한다. 간신히 그것을 베이스에 끼우고 한층 떨리는 손을 스위치에 대면 우리의 고동은 점점 빨라지고, 호흡은 가빠오고, 얼굴은 달아오르고, 콧구멍은 넓어지고, 바들바들 떨리는 팔에서부터 진동이 온몸으로 퍼져, 더는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 우리는 그 의식을 원래는 신성하고 엄숙하게 할 생각이었지만, 이제 와서는 자신이 하는 행위의 의미 따위는 깡그리 잊고, 그저 그 무서운 긴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떨리는 손으로 무리하게 스위치를 켜버린다.…"
하는 부분.
솔직히 록탈관의 매력은 1도 모르겠지만, 어두컴컴한 방에 옹기종이 모여 앉아 두근대며 스위치에 손가락을 모으고 있을 그 소란스러운 마음만은 너무 감동적이잖아요. 엉엉. 깊고 넓게 펼쳐진 푸른 물의 투명한 깊이 같은 그런 마음. 언젠가 했던
( ↓ ↓ ↓ )
이 이야기도 바로 이런 마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 마음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