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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좋아서

 

어쩌다 보니 작년에

 

 

 

 

영화 관련 책을 몰아 읽던 때가 있었다.

 

 

 

 

001

 『헤어진 이들은 홍콩에서 다시 만난다』 

주성철

 

홍콩 영화에 애정이 각별한 주성철 기자의 여행기이다. 2010년 출간된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의 개정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달라진 그 시절 홍콩 영화 속 풍경을 가다듬고 새로운 풍경을 더해 지난 해 봄 다시 태어난 책.

 

 

 

 

각 지역에 얽힌 영화의 에피소드와 그 영화를 좇아 여행한 그의 에피소드가 아낌없이 담겨있다. 덕분에

 

 

 

 

1950년 문을 연 이 카페가

배우 주윤발의 단골 카페라는 사실과

 

 

 

 

그곳 최고의 음식이 가공할 크기의 버터와 꿀로 범벅된 프렌치토스트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대스타의 집이라고 하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몽콕의 한 빌라가 생전 마지막 집이었던 배우 장국영이 한국 영화 중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1998)를 유독 좋아했다는 사실도.

 

···그는 홍콩의 한 강연회에서 홍콩 대중문화의 힘이 약해지고 '한류'라는 표현이 인상적으로 쓰이기 이전에 '새롭게 한국 대중문화가 홍콩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요지의 강연을 하면서 <8월의 크리스마스>를 언급한 적이 있다. "한 남자가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하나하나 주변의 물건을 정리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나 인상적"이라는 얘기까지 했다. 그땐 장국영이 한국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지만, 나중에 그가 죽고 난 다음 다시 그 인터뷰를 읽을 때는 '죽음을 준비'한다는 얘기 앞에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가 영정사진을 미리 찍어두는 장면을 보던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덧붙여

딤섬 맛집으로 유명한 예만방이

이제는 문을 닫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2015년 언젠가의 여행 중

가본 적 있는 곳이라 그런지

아이고야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예만방 가까운 거리에

장국영이 종종 들렀다는 일식 주점 이야기.

 

 

 

 

또, 그가 가장 좋아했던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제는 기자의 최애 단골집이 되어

그의 책도 비치되어 있다는 후일담까지.

 

 

 

 

쉴 새 없이 조곤조곤 늘어놓는

기분좋은 수다를 눈으로 듣는(?) 느낌이다.

 

그리고 내 스타일의 유머도 한 스푼.

 

···나중에 장학우가 심각한 말썽을 부리기 전까지 유덕화와 장만옥이 동거하는 동안 이곳은 <열혈남아>에 여러 번 등장한다. ···운명의 장난처럼 함께 긴 키스를 나누며 사랑을 확인했던 전화 부스에서 그 마지막 메시지를 받고 떠난 것이다. 더 슬펐던 것은 메시지를 받고 페리를 타러 걸어갈 때 유덕화의 마지막 뒷모습을 보면 엉덩이가 심하게 청바지를 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거기서 유덕화가 지닌 삶의 무게와 고통이 그대로 느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무렵 우연히 알게 된

 

 

002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김도훈, 김미연, 배순탁, 이화정, 주성철

 

영화와 방송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이 영화와 관련된 각자의 추억을 풀어놓은 책. 그들이 말하는 이 '판'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로 시작해 좋아하던 극장, 돈 주고 본 첫 번째 영화, 나를 잠 못 이루게 만든 배우 같은 소소한 질문에 더욱 소소한 답변이 더해져 후루룩 읽게 된다. 이런 게 또 재밌잖아요.

 

이 책은

텀블벅 후원 프로젝트에 참여해 구입했는데

 

 

 

 

책과 티셔츠, 그리고

영화제 오마주 핀버튼 3종이 도착했다.

 

베니스의 사자와

베를린의 곰,

칸의 종려나무 잎이

한데 모인 자리.

 

 

 

 

셔츠도 잘 입고

핀버튼도 잘 쓰는 중이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속 대사는?

이라는 질문에

 

 

 

 

배순탁 작가가 꼽은 대사.

나도 좋아하는 대사다.

 

인생이 그런 것 같지 않나요. 수능만 끝나면, 취직만 하면, 결혼만 하면, 하면, 하면, 그 뒤에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질 듯이 호들갑을 떨지만 사실 별게 없지. 별게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게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인 경우도 많다. 그런 헛헛함을, 그래서 당혹스러운 마음을 솔직하게 내뱉는 대사였다고 생각한다.

 

또 내가 좋아하는 대사라면

(너무 많지만)

 

 

 

 

출처: 네이버 영화

지금 문득 생각나는 영화는 미키 사토시 감독의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2006).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에 무력감을 느끼던 주인공 스즈메(우에노 주리)가 우연히 발견한 스파이 모집 공고를 보고 스파이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일어나는 일상의 잔잔한 변화를 다룬 작품이다. 정말 정말 정-말 사랑하는 이 영화에 나오는 대사

 

"뭘 해도 스파이라고 생각하니 두근거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스즈메의 일상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다만 스파이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뿐. 그리고 스파이로서 가능한 눈에 띄지 않게 평범하게 살기로 결심했을 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자 매일 먹던 어중간한 맛 라멘도 어중간하니까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지는 일상. 그런 평범하지만 어딘지 비범한 일상. 평범하게 비범한 일상.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는 일상이지만 말이죠. 좀 다르게 보면 어떨까요. 라고 말하는. 

 

 말처럼 쉽지 않은 게 거대함정 

 

 

 

 

책이 던지는 이런 질문에 어느새

나도 같이 답해보는

추억이 방울방울해지는 책이었다.

 

 

 

 

 

 

 

 

 

 

 

 

 

 

 

 

 

 

 

 

마침 그 무렵 또 우연히 알게 된

 

 

003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주성철

 

쓰고 보니 주성철 기자 마니아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아니고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의 저자인 김도훈, 배순탁, 이화정, 주성철이 진행하는 영화 관련 유튜브 채널을 자주 보는데, 거기서 또 마침 책 증정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응모했다가 받은 책인 것이다.

 

 

 

 

아유 뭘 이런 걸 다

🤲🏼

 

이 책은 평론집이다. 감독관, 배우관, 장르관, 단편관으로 챕터가 구분되어 있고 제법 두툼해 두 손이 든든하다. 아까워서 아직 읽지 못하고 모셔만 두었다.

 

 하하 쥐구멍 

 

하지만 진심으로

목차만 봐도 두근거린다.

 

 

 

 

 

 

 

 

 

 

 

 

 

 

 

 

 

 

 

 

그리고 이 무렵 하면 또

<헤어질 결심> 아니겠나요.

 

 

004

 『헤어질 결심 각본』 

정서경, 박찬욱

 

<헤어질 결심>은 극장에서 세 번 봤다. 두 번째로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바로 구입한 각본집. 편집되어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몇몇 장면과 대사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래서 각본집을 읽고 또 한 번 보러 갔던 작년 최고의 영화.

 

 

 

 

영화 초반부, 서래와 해준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의 대사. 각본집의 ···패턴 아십니까? 라는 특별할 것 없는 대사를 해준 역의 배우 박해일은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패턴···을··· 좀 알고 싶은데요.

 

라고 연기했다. 너무나 절묘한 억양과 함께.

 

명백히 해준이 서래에게 빠진 바로 그 순간, 나도 이 작품에 빠져버렸다. 이 장면을 다시 보기 위해 세 번을 봤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헤어질 결심> 속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각본 속 한 줄을 어떻게 그 인물의 것으로 만들지 배우가 고려하고 시도했을 수많은 디테일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정말로 공교롭게도

또 이 무렵에 출간된 책

 

 

005

 『묘사하는 마음』 

김혜리

 

어떤 영화를 볼지 말지 고민이 될 때, 정말 좋은 영화를 보고 흥분해서 극장을 나설 때, 최악의 영화를 보고 한숨을 쉬며 티켓값을 곱씹을 때면 그의 글들을 찾아 읽는다. 부드럽고 힘 있는 그의 감상을 따라가다 보면 최고의 영화도 최악의 영화도 얼마간 추스르고 평정심을 찾게 된다. 무엇보다도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사려 깊음이 묻어나는 그의 마음을 좋아한다. 가령 책을 펼치면 느껴지는 

 

 

 

 

이런 따뜻한 시선.

이거 정말 나 아니냐고

😭

 

 

 

 

그리고 또

출처: 네이버 영화

숀 베이커의 2018년작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두고

 

···극빈층 아웃사이더의 삶과 생활공간, 그들이 매일의 빵을 얻는 지하경제는 숀 베이커 감독이 줄곧 이끌리는 소재다. ···이와 같은 소재에 접근하면서 숀 베이커 감독은 외부자로서 취하기 쉬운 분노나 동정의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궁핍한 삶'에서 방점은 '궁핍'이 아니라 '궁핍이라는 조건을 수반한 삶'에 있어야 한다고 숀 베이커의 영화는 믿는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마지막에 이르러, 마치 지금껏 한 번도 달라지 않았던 것처럼 달려 나간다.···

 

라고 말하며

뒤이어 쓴 마지막 두 문장을

 

 

 

 

이렇게

책의 머리말에 부러 달아 두었다.

 

이런 예술에, 또 예술가에 가슴이 뛰는

사려 깊은 그의 마음을 좋아한다.

 

그 마음과 꼭 닮은

어떤 시인의 마음에 대해 썼던 글.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이번 휴가엔 너다, 하고 찜해둔 진은영 시인의 새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를 데려가 읽다가 아빠 미안 2킬로그램 조금 넘게, 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미안 스무 살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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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오싹하도록 냉철할 때도 있는데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에 대해

 

···정확히 말해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미남이 아니라, 옆에 있는 미남을 지루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이상한 얼굴을 가졌다.···

 

너무 적확해서 할 말을 잃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치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듯

스릴이 있는 책이었다.

 

 

 

 

사은품으로 별점 테이프를 받아서

뜬금없이 이런 것도 했었지.

 

별건 아니고 별점

뜬금없이 별점을 매겨보았다. 1월부터 6월까지 본 영화들. 가만. 7월까지인가. 그런 것 같다. 뭐, 상관 없으니 가보자고! 2022년, 첫 영화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 연말에 개봉했지만 새해 첫 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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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그

<헤어질 결심>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여기까지가 모두

작년에 읽은 네 권의 책과

깍두기로 낀 한 권에 대한

이야기인데

 

굳이 이제 와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아무래도

 

 

 

 

영화가 좋아서

👉🏼👈🏼

 

 

 

 

 

 

 

 

 

 

 

 

 

 

 

 

 

 

 

 

 

그러니 올봄에는

전주에 다녀와야지

🚆

 

 이미 봄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