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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이런 저녁을 두고 갈 수 없는 마음 일주일 동안의 스페인어 수업이 끝났지만 선생님이 좀 아쉬워 연장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복습을 하는 주말 오후를 보내며 조촐하게 유종의 미를 거두어 볼까, 하고 찾아간 인도 풍의 카페. 들어가 메뉴판을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마지막 장에 글쎄, 아아- 반하고 말았다. 매일 매일이 다른 달콤한 꿈이라니. 주인 아주머니께 물었더니 오늘은 살구파이라고 해서 그러면 또 안 먹을 수가 없네, 하며 주문 파이는 정말 집에서 만든 것 같은 그런 맛이었다. 되게 맛있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나는 이미 반했기 때문에 맛만 좋았다.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도 없고. 한 번 더 반했쪙. 복습. 복습.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많이 나온다) 내 여행의 동반자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는데, 설사. ㅋㅋㅋㅋㅋㅋㅋㅋ.. 더보기
하고 싶었던 것, 두번째 오늘 아침 스페인어 수업. 선생님이 질문을 하고 나는 대답하는 시간에, 이름이 뭐예요? 내 이름은 최영정입니다. 당신은 페루 사람인가요? 아니요, 한국 사람입니다. 당신은 아레끼빠에 살아요? 아니요, 서울에 살아요. 주소는 어떻게 되나요? 한국, 서울입니다. 아니 아니, 다 말해 보세요. 네. 서울, OO동, 음 2, 20...7? 8? 24? 어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머머! 잊어버렸어요, 어머어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하지만 괜찮아요! 찾아갈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허세를 부리며 호탕하게 웃어 넘겼는데, 은근히 걱정이 되는 것이다. 나 원 참. 아무튼 그렇게 한바탕 웃고 수업을 하다가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냐.. 더보기
그냥이 없는 디테일 아레끼빠의 골목골목에서 보게 되는 이런 손잡이, 또 이런 손잡이. 손잡이가 없으면 이런 문양이, 이렇게, 또 이렇게. 이렇게도, 또 이렇게도. 으르렁으르렁으르렁대♪는 손잡이도 있고, 웬만해서는 귀여운 꽃 손잡이도 있다. 손잡이도 문양도 아니면 그림으로라도, 아무튼 그냥이라는 게 없는 잉카의 디테일. 골목마다 감탄한다. 오늘의 스페인어 Que chid@! / 짱이다! 더보기
당분간은 아무래도 상관 없는 내일 길게 머물 도시에서 마음에 드는 가격. 마음에 드는 위치. 마음에 드는 공기의 숙소를 발견, 처음으로 배낭에 든 모든 짐을 꺼내어 마치 살 것처럼 선반에 늘어놓고, 문 뒤에도 걸어 두었다. 그리고 동네 한 바퀴 돌며 사 온 바닐라 선향과 마라쿠야 한 보따리, 물 한 병에 완벽해진 저녁. 좋다. 당분간은 아무래도 상관 없는 내일이 이어질 것이다. 오늘의 스페인어 Cuanto cuesta por la noche? / 하룻밤에 얼마예요? 더보기
자기소개의 시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월요일의 나와, 바넷사, 그리고 레슬리, 오늘의 스페인어 No me olvides. / 나를 잊지 말아요. 더보기
평범하게 비범한 여행: 두 달째 마지막으로 먹은 것이 사과 한 개와 바나나 한 개, 그리고 커피인데 그 이후로 이틀 정도 앓아 눕고 말았다. 기운이 없고 토할 것 같은 상태가 계속 되었는데, 이것이 고산병인지 체한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우선 고산병 약을 한 번, 두 번 먹었는데 영 효과가 없어서 마지막으로 혹시나 싶어 챙겨 온 옛 회사동료가 준 용하다는 한방 소화제를 먹었더니 차도가 있는 듯 하다. 이렇게 드러누워 있는 사이 어느새 여행 두 달째가 되었다. 나는 지금 볼리비아 수크레에 있다. 한 달만에 다시 적어보는 여행의 기록. 꽤 많이 올라왔다. 아르헨티나, 칠레와도 작별.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다. Osorno 칠레 중남부의 작은 도시. 아르헨티나의 바릴로체에서 화산 트레킹으로 유명한 칠레의 푸콘으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 더보기
훌리오 씨의 엠빠나다 그렇다. 훌리오 씨가 나에게 가르쳐 준 요리는 바로 엠빠나다, 엠빠나다는 남미 전역에서 즐겨 먹는, 큰 만두같은 그런 음식인데 재료나 방법에 따라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이 날은 고기가 들어간 엠빠나다를 만들어 보았다. 1. 재료준비 파, 양파, 계란, 고기, 붉은 후추, 칠레 고추(가루), 그리고 엠빠나다 피를 준비한다. 2. 엠빠나다 소 만들기 먼저 계란을 삶고, 양파와 고기를 썰어 팬에 넣고 익히다가 적당히 익으면 붉은 후추를 넣어 간을 한다. 계란이 익으면 으깨서 잘게 썬 파와 함께 팬에 넣고 한데 볶으면서, 자연스럽게 실습 샤샤샥. 3. 엠빠나다 빚기 피 위에 소를 올려 야무지게 꼭꼭 눌러준다. 4. 굽기 오븐 또는 프라이팬에 기호에 따라 구우면 되는데, 우리는 오븐에 굽기로 했다. .. 더보기
내가 설거지를 더 좋아한다고 했잖아 요리가 좋아요, 설거지가 좋아요? 하고 누가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설거지라고 말할 수 있다. 그 편이 성향과 맞기도 하고, 요리를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별 다른 일 없이 화창했던 어느 날 오후. 슬슬 밥을 먹어 볼까 싶어 배낭을 열었더니 쌀 조금과 볶음 고추장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메뉴는 비빔밥이 아닌가. 하여, 겸사겸사 근처 시장으로 향했다. 음 그냥 과일이나 사다 먹을까. 하는 생각이 피어오르던 찰나, 저쪽 한 구석에 이런 것이 있는 게 아닌가. 오 딱 좋다 딱 좋다, 를 연발하며 포도도 한 봉지와 함께 샀다. 아주머니가 분명 국물용 채소라고 하셨는데 괜찮겠지 하며 숙소로 복귀. 먼저 밥을 했다. 몇 번 열었다 닫았다 하니 얼추 된 듯 하여 채소 투하. 그리고 고추장 쭈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