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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쓸모 없는 것은 없으니까 길게 여행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새로운 습관들이 생겨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인데, 봉지만 봤다 하면, 자꾸 쟁여 놓는 것이다. 사실 봉지가 있으면 유용하게 쓰기는 한다. 이동이 잦아 빨랫감이라든지, 남은 식재료라든지 하는 것들을 담아 둘 무언가가 수시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제였다. 볼리비아로의 이동을 하루 앞두고 짐을 싸다가 배낭 왼쪽 주머니에서 봉지 두 개를 발견했다. 그 때만 해도 아, 봉지로군. 하고 넘겼는데 오른쪽 주머니에도 한 개. 뭐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어라? 앞 주머니에도 한 개. 부지런히도 모았군, 생각하면서 식재료가 든 봉지를 찾아 열었더니 뭐야 이 액자식 봉지 구성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담았잖니 뭘 또 그렇게 ㅋㅋㅋㅋㅋㅋ.. 더보기
I can't swim '아아 수영 좀 배워 놓을 걸!' 여행 중에 이런 후회를 늘 하면서도 막상 배우려면 그게, 그러니까, 그렇게 귀찮다. 하여, 역시나 이번에도 마치 처음인 양 안타까워하며 도착한 사막 어딘가의 소금호수. 사실은 걱정이 필요 없는 곳이다. 염분이 많아 뜨고 싶지 않아도 뜨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머리는 냉정해도, 기대 반 두려움 반 마음은 벌써 소란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작부터 느닷없이 수심 5m라니 곤란하잖아. 엉엉.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하나만 확실히 보였다. 무서워? 응, 나 수영 못한단 말이야. 걱정마, 소금호수잖아. 알지, 아는데, 주춤대며 가이드 이반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하나, 둘, 동동 떠오르는 사람들. 신기해, 신기해, 어디 그렇다면 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보기
깔라마의 마네킹 사막 지역에 가기 위해 잠시 들른 깔라마. 마침 이곳에서 볼리비아 비자를 '다시' 발급 받아야 하는 사정도 있어, 겸사겸사 곳곳을 돌아 다니던 중. 우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언니 놀랐잖아 ☞☜.jpg 아, 웃어서 죄송합니다.jpg 엄마 어디 있어 요녀석들.jpg 미용실 어디 다녀요? 거기 안 가게.jpg 어째서 깔라마의 마네킹은 하나같이 이런 것일까 누구 아시는 분 저한테 좀 알려주세요. 네? 오늘의 스페인어 Que pasa? / 무슨 일이야? 더보기
평범하게 비범한 여행: 한 달째 오늘도 광장에 앉아 어제의 마르코를 은근히 기다리며 생각해 보니 여행 시작 한 달째가 아닌가 그래서 그려 본 여행의 기록. 이 한 장에 6개월 동안의 여정을 그려 나갈 수 있을까, 바쁘게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크구나. Buenos Aires 여행이 시작된 도시. 뜻밖의 만남으로 설레기도 했고, El Ateneo 서점에서 스페인어 공부 겸 기념으로 산 동화책. 아직 펼쳐 보지도 않았다. (뭐야) 무엇을 먹든 둘세 데 레체 맛이 있다면 일단 그것으로 고르기도 했다. 눈썹이 춤을 추는 맛. 벼룩시장에서 팔찌도 하나 샀다. 참참, 신라면도 3개 샀었다. 지금은 다 먹고 없지만. 해 질 무렵이면 하이애나처럼 어슬렁어슬렁 마트에 가 소고기를 사서 구워 먹었다. 참 쌌다. 또, 이과수에도 다녀왔었다. 옆 동네처.. 더보기
풀밭 위의 점심식사 아르헨티나의 휴양도시 바릴로체에 와 있다. 전진, 또 전진만이 살 길이던 일정에도 여유가 찾아와 아주 오랜만에 할 일 없이 돌아다니던 오후. 배가 고파 츄라스코 한 개를 사서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광장 잔디밭에 앉아 먹으려는데 자꾸 손님이 오셔서, 이것 참. 첫번째 손님: 벌 선생님 작고 귀여워 보이지만 어마어마하게 큰 왕벌 느낌이었다. 츄라스코를 번쩍 들어 올렸더니 종이에 묻은 마요네즈 쪽을 몇 번 공략하다가 이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붕 날아가 버렸다. 오케이, 하고 먹으려는데 두 번째 손님: 개 선생님 내 손 끝에 들린 츄라스코를 본능적으로 쫓는 저 간절한 시선. 눈이 마주치면 마음이 약해 질 것 같아 모른 척 하고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뭐야, 시무룩한 거니 지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보기
때로는 나쁜 일이 좋은 일로 좋은 일이 이상한 일로 약 2주 동안의 파타고니아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나는 어제 새로운 도시에 순조롭게 도착했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나는 예정에 없던 하루를 더 그곳에서 보내야 했다. 나를 데려다 줄 버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격일로 운행할 줄이야. 어쨌든 150페소짜리 최악의 숙소에서 2박을 보냈던 터라 동네를 휘휘 저으며 새 숙소를 찾던 중 눈에 띈 이곳. 물어보니 가격도 나쁘지 않다. 180페소. 좋아 오늘은 여기다. 그 자리에서 서둘러 결정을 내렸다. 따뜻한 느낌이 드는 방이었다. 게다가 4인실인데 오늘은 나 혼자. 오예. 풍악을 울리고 짐을 풀었다. 아 30페소의 행복이란 별 게 아니로군, 하고 신이 나서 콧노래를 불렀다. 나쁜 일의 꽁무니에 좋은 일이 하나 딸려 나온 기분이었다. 밀린 글도 좀 쓰고,.. 더보기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넓고 넓은 이곳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이토록 반복되는 것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여행의 시작이었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만난 윤희와 윤정이는 뿌에르또 나탈레스의 한 공원 귀퉁이에서 다시 만났다. 헤어지던 무렵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만남이었다. 우수아이아에서 이틀을 함께 했던 겨라씨와는 아무래도 일정이 맞지 않는다며 작별을 고했지만 바로 며칠 뒤, 뿌에르또 나탈레스의 어느 숙소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고, 이번에야 말로 정말 좋은 여행 되라며 토닥이고 헤어졌는데 그 바로 며칠 뒤, 또레스 델 빠이네 산 속 어딘가에서 또 다시 만나고 말아 이제는 안녕이라는 말이 민망할 지경이 되었다. 이제는 '또 봐!' 하며 손을 흔드는 것이 어쩐지 자연스러운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오늘의 스페인어 "Nos vemos.. 더보기
한국시간으로 3월 31일 새벽 참고 참았던 신라면 한 봉지를 내 평생의 열과 성을 다해 끓여 먹으며 이 시간을 기억하기로 했다. 오늘의 스페인어 "Que riquisim@!" / "짱 맛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