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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여행)

평범하게 비범한 여행: 한 달째 오늘도 광장에 앉아 어제의 마르코를 은근히 기다리며 생각해 보니 여행 시작 한 달째가 아닌가 그래서 그려 본 여행의 기록. 이 한 장에 6개월 동안의 여정을 그려 나갈 수 있을까, 바쁘게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크구나. Buenos Aires 여행이 시작된 도시. 뜻밖의 만남으로 설레기도 했고, El Ateneo 서점에서 스페인어 공부 겸 기념으로 산 동화책. 아직 펼쳐 보지도 않았다. (뭐야) 무엇을 먹든 둘세 데 레체 맛이 있다면 일단 그것으로 고르기도 했다. 눈썹이 춤을 추는 맛. 벼룩시장에서 팔찌도 하나 샀다. 참참, 신라면도 3개 샀었다. 지금은 다 먹고 없지만. 해 질 무렵이면 하이애나처럼 어슬렁어슬렁 마트에 가 소고기를 사서 구워 먹었다. 참 쌌다. 또, 이과수에도 다녀왔었다. 옆 동네처.. 더보기
풀밭 위의 점심식사 아르헨티나의 휴양도시 바릴로체에 와 있다. 전진, 또 전진만이 살 길이던 일정에도 여유가 찾아와 아주 오랜만에 할 일 없이 돌아다니던 오후. 배가 고파 츄라스코 한 개를 사서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광장 잔디밭에 앉아 먹으려는데 자꾸 손님이 오셔서, 이것 참. 첫번째 손님: 벌 선생님 작고 귀여워 보이지만 어마어마하게 큰 왕벌 느낌이었다. 츄라스코를 번쩍 들어 올렸더니 종이에 묻은 마요네즈 쪽을 몇 번 공략하다가 이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붕 날아가 버렸다. 오케이, 하고 먹으려는데 두 번째 손님: 개 선생님 내 손 끝에 들린 츄라스코를 본능적으로 쫓는 저 간절한 시선. 눈이 마주치면 마음이 약해 질 것 같아 모른 척 하고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뭐야, 시무룩한 거니 지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보기
때로는 나쁜 일이 좋은 일로 좋은 일이 이상한 일로 약 2주 동안의 파타고니아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나는 어제 새로운 도시에 순조롭게 도착했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나는 예정에 없던 하루를 더 그곳에서 보내야 했다. 나를 데려다 줄 버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격일로 운행할 줄이야. 어쨌든 150페소짜리 최악의 숙소에서 2박을 보냈던 터라 동네를 휘휘 저으며 새 숙소를 찾던 중 눈에 띈 이곳. 물어보니 가격도 나쁘지 않다. 180페소. 좋아 오늘은 여기다. 그 자리에서 서둘러 결정을 내렸다. 따뜻한 느낌이 드는 방이었다. 게다가 4인실인데 오늘은 나 혼자. 오예. 풍악을 울리고 짐을 풀었다. 아 30페소의 행복이란 별 게 아니로군, 하고 신이 나서 콧노래를 불렀다. 나쁜 일의 꽁무니에 좋은 일이 하나 딸려 나온 기분이었다. 밀린 글도 좀 쓰고,.. 더보기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넓고 넓은 이곳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이토록 반복되는 것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여행의 시작이었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만난 윤희와 윤정이는 뿌에르또 나탈레스의 한 공원 귀퉁이에서 다시 만났다. 헤어지던 무렵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만남이었다. 우수아이아에서 이틀을 함께 했던 겨라씨와는 아무래도 일정이 맞지 않는다며 작별을 고했지만 바로 며칠 뒤, 뿌에르또 나탈레스의 어느 숙소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고, 이번에야 말로 정말 좋은 여행 되라며 토닥이고 헤어졌는데 그 바로 며칠 뒤, 또레스 델 빠이네 산 속 어딘가에서 또 다시 만나고 말아 이제는 안녕이라는 말이 민망할 지경이 되었다. 이제는 '또 봐!' 하며 손을 흔드는 것이 어쩐지 자연스러운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오늘의 스페인어 "Nos vemos.. 더보기
한국시간으로 3월 31일 새벽 참고 참았던 신라면 한 봉지를 내 평생의 열과 성을 다해 끓여 먹으며 이 시간을 기억하기로 했다. 오늘의 스페인어 "Que riquisim@!" / "짱 맛있다!" 더보기
엉뚱한 하루 어제,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떠나 우수아이아에 왔다. 아침을 먹고 이틀 더 묵겠다고 했더니 '예약이 다 찼는데 괜찮다면 여기라도' 라며 보여준 방이 어머나? 아이고 선생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괜찮을리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음에 쏙 들었다) (약간 귀여운 척을 또 하며)똑같은 가격으로 해 줄거니? (황급히 주변을 살피며)너한테만 해주는 거야, (나이스!) (이번에는 약간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그럼 내일-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두 밤 다 여기서 자렴. (나이스나이스!) 그리하여 모처럼 빨래도 주렁주렁 널고, 이어폰 없이 음악도 듣는 하루가 주어졌다. 피치카토 파이브의 옛날 앨범을 골랐는데, 듣다보니 기억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어느 날. 터미널에서 이과수행 버스 티켓을.. 더보기
하고 싶었던 것, 첫번째 여행하는 동안 하고 싶은 것 몇 가지가 있었는데 1. 파마하기 2. 스페인어 배우기 3. 살사 배우기 그래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한 지 3일째 되던 날, 미용실에 갔지. 첫 번째 미용실에서는 퇴짜를 맞았다. 파마하고 싶어요. 음, 이렇게 긴 머리는 못 하는데.한 블럭 더 가면 거기서는 해 줄거야. 한 블럭 더 내려간 미용실 안 할머니 세 분이 멍하니 쇼윈도 밖을 바라보다가 나를 발견하고 철창을 열어 주셨다. 파마하고 싶어요. 얼마에요? 800페소. (약간 귀여운 척을 하며)너무 비싼데용, 800페소. (작전실패) @$^*(%$@!#%&())*&^%#@@!!$%^&*($$%&? 네? 앉아. 왕할머니 선생님의 거칠고 빠른 손길로 머리카락이 금세 후루룩 말려 올라갔다. 그리고는 다시 멍하니 쇼윈도를 바라보.. 더보기
별 캐러멜 같은 우연 숙소에 체크인을 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해 환전을 한 뒤 간단히 장을 보고 돌아왔다. 씻고 나와 로비에 있던 여행자 한 명에게 뭔가 묻는데 이상하다 이상한데 앗, 허윤희!!!!!!!!!!! 몇 해 전 캠핑카로 그랜드 캐년을 함께 여행했던 윤희가 있었다. 우리는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퇴사를 하고, 그녀는 잠시 휴직을 하고 동생과 함께, 수많은 도시 중에 이곳을. 수많은 게스트하우스 중에 여기를. 또, 많고 많은 날 중에 오늘을 골라 이렇게 우연히도 만나게 된 것이다. 신기해. 그리하여 레츠고 둘쎄 데 레체 타임/ 먼저 남미를 여행했던 Ceci에게 들은 기억이 있어 마트에서 보자마자 집어 든 캐러멜 잼인데 달다. ▼ 달고 맛있다. ▼ 달고 맛있고 와인도둑이다.▼ 최고/ 와인 한 병에 크래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