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그렇죠. 그랬었는데
어느새 1년이 차곡차곡 쌓였다.
시간 정-말.
일력이 이렇게나 홀쭉해졌고요.
매일 한 장씩 착실하게.
『불안의 서』도 착실하게.
오늘의 문장:
“저녁의 석양과 아침의 여명을 사랑하도록 하자.”
오-우
새 날을 맞이하기에 더없이 근사한 문장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어쨌든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12월의 하루를 뽑는 대신
소소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얼마 전 이슬아 작가의 신간 두 권을 주문했다.
한 권은 동료 예술가들을,
또 한 권은 주변의 이웃 어른들을 만나
나눈 대화를 엮은 인터뷰집인데
그중
『창작과 농담』
/
밴드 새소년의 황소윤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 김규진
뮤지션 장기하
영화감독 김초희와 배우 강말금
그리고 밴드 혁오의 오혁
(아니 목차가 이러면 주문 못 참지)
책은 역시나 훌렁훌렁 금세 읽혔다.
몇 군데 설레고 귀엽고 빵 터졌는데
먼저, 설렜던 부분:
이슬아 “내 창작도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 많은 것을 바꾸어야 한다.”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아요. 어떻게 달라지고 싶나요? 장기하 그걸 모르는 상태로 밴드를 마무리했어요. 지난 1년 반 동안 답을 찾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조금 정리가 됐어요. ‘이 직후 프로젝트는 이런 식으로 해야겠다’ 정도는 정해졌어요. 이슬아 궁금하니까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장기하 그동안 제가 평소에 쓰는 언어 자체의 운율을 보존하며 음악을 만들어왔잖아요. 그 특징을. 더 심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슬아 더 심화시킨다고요? 재밌겠다. 장기하 말의 운율을 더 심화시키고, 오히려 나머지 장르적인 요소를 더 덜어내려고요. |
- 장기하 x 이슬아 편 중에서
말의 운율을 더 심화시킨다니?
지금도 충분히 운율의 왕인데?
이거 너무 기대되잖아요 이거?
(하고 설레버렸지 뭐 ☞☜)
그런가 하면 귀여웠던 부분 no.1:
강말금 부산에서는 못생긴 얼굴을 보고 ‘모괴같이 생겼다’고 말해요. “으이구, 이 모괴야!” 이런 식으로. 김초희 모과를 모괴라고도 말하거든요. 그렇다고 찬실이가 막 몬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강말금 찬실이는 확실히 안 섹시하지예. 김초희 안 섹시하지. 섹시함 제로지예. |
- 강말금 x 김초희 x 이슬아 편 중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동으로 음성지원된다고요 선생님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잠깐
*
‘찬실이’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주인공 이름으로
김초희 감독이 만들고 강말금 배우가 찬실이를 연기했다.
**
정말 정말 재미있답니다. 추천!
귀여웠던 부분 no.2:
강말금 손이 많이 간다? 김초희 손이 많이 가죠. 난 진짜로 이제는 그렇게까지 해주고 싶지 않은 거야. (중략) 원하는 바를 확실히 얘기해주는 남자가 좋아요. 남자들이 그렇게 정직하고 정중할 수만 있다면 저는 백 번 차여도 상관없거든요. 차이는 게 뭐 그렇게 어렵습니까? 강말금 차이면 쪽팔리지예. 김초희 금방 이자묵습니다. |
- 역시, 강말금 x 김초희 x 이슬아 편 중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ㅋㅋㅋㅋㅋㅋ 매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빵 터진 부분:
이슬아 하지만 오혁 영상에 달린 댓글 중 제가 정말 많이 웃은 게 하나 있는데… 오혁 뭔데요? 이슬아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여진족’ 오혁 (웃음 터짐) 이슬아 다른 것도 있어요. ‘키위치고는 잘 부르네’ 오혁 (또 터짐) 아… |
- 오혁 x 이슬아 편 중에서
나도요…
나도 터졌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그렇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 사람들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샘솟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우선은 만들어내야지.
그 힘이 소중하지.
그게 필요해.
그런 기운이 전해지는 책이었다.
『새 마음으로』는 아직 읽지 않았다.
어쩐지 새해의 첫 책으로 읽고 싶어 아껴두었는데
곧 읽게 되겠군요.
멋과 지혜가 가득한 책일 것 같다.
올 한 해
좋은 날이 있었다.
너무 사소해 기억나지 않아도 분명 있었지.
괴로웠던 날도 있었다.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날도.
그러다 순간, 모든 것이 두려워지던 날도.
이랬다가
저랬다가
그렇지만
새로운 해를 핑계 삼아
새 마음으로
모두에게
안녕을
: )
+
새해에는 일력을 쓰지 않기로 했다. 아무래도 나에게는 매일 일력을 뜯어 하루를 세는 기쁨보다 버리는 종이를 늘리지 않는 기쁨이 더 크고 중요한 것 같아서 말이죠.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 뽑기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