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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었던 것, 두번째 오늘 아침 스페인어 수업. 선생님이 질문을 하고 나는 대답하는 시간에, 이름이 뭐예요? 내 이름은 최영정입니다. 당신은 페루 사람인가요? 아니요, 한국 사람입니다. 당신은 아레끼빠에 살아요? 아니요, 서울에 살아요. 주소는 어떻게 되나요? 한국, 서울입니다. 아니 아니, 다 말해 보세요. 네. 서울, OO동, 음 2, 20...7? 8? 24? 어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머머! 잊어버렸어요, 어머어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하지만 괜찮아요! 찾아갈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허세를 부리며 호탕하게 웃어 넘겼는데, 은근히 걱정이 되는 것이다. 나 원 참. 아무튼 그렇게 한바탕 웃고 수업을 하다가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냐.. 더보기
그냥이 없는 디테일 아레끼빠의 골목골목에서 보게 되는 이런 손잡이, 또 이런 손잡이. 손잡이가 없으면 이런 문양이, 이렇게, 또 이렇게. 이렇게도, 또 이렇게도. 으르렁으르렁으르렁대♪는 손잡이도 있고, 웬만해서는 귀여운 꽃 손잡이도 있다. 손잡이도 문양도 아니면 그림으로라도, 아무튼 그냥이라는 게 없는 잉카의 디테일. 골목마다 감탄한다. 오늘의 스페인어 Que chid@! / 짱이다! 더보기
당분간은 아무래도 상관 없는 내일 길게 머물 도시에서 마음에 드는 가격. 마음에 드는 위치. 마음에 드는 공기의 숙소를 발견, 처음으로 배낭에 든 모든 짐을 꺼내어 마치 살 것처럼 선반에 늘어놓고, 문 뒤에도 걸어 두었다. 그리고 동네 한 바퀴 돌며 사 온 바닐라 선향과 마라쿠야 한 보따리, 물 한 병에 완벽해진 저녁. 좋다. 당분간은 아무래도 상관 없는 내일이 이어질 것이다. 오늘의 스페인어 Cuanto cuesta por la noche? / 하룻밤에 얼마예요? 더보기
자기소개의 시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월요일의 나와, 바넷사, 그리고 레슬리, 오늘의 스페인어 No me olvides. / 나를 잊지 말아요. 더보기
평범하게 비범한 여행: 두 달째 마지막으로 먹은 것이 사과 한 개와 바나나 한 개, 그리고 커피인데 그 이후로 이틀 정도 앓아 눕고 말았다. 기운이 없고 토할 것 같은 상태가 계속 되었는데, 이것이 고산병인지 체한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우선 고산병 약을 한 번, 두 번 먹었는데 영 효과가 없어서 마지막으로 혹시나 싶어 챙겨 온 옛 회사동료가 준 용하다는 한방 소화제를 먹었더니 차도가 있는 듯 하다. 이렇게 드러누워 있는 사이 어느새 여행 두 달째가 되었다. 나는 지금 볼리비아 수크레에 있다. 한 달만에 다시 적어보는 여행의 기록. 꽤 많이 올라왔다. 아르헨티나, 칠레와도 작별.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다. Osorno 칠레 중남부의 작은 도시. 아르헨티나의 바릴로체에서 화산 트레킹으로 유명한 칠레의 푸콘으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 더보기
훌리오 씨의 엠빠나다 그렇다. 훌리오 씨가 나에게 가르쳐 준 요리는 바로 엠빠나다, 엠빠나다는 남미 전역에서 즐겨 먹는, 큰 만두같은 그런 음식인데 재료나 방법에 따라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이 날은 고기가 들어간 엠빠나다를 만들어 보았다. 1. 재료준비 파, 양파, 계란, 고기, 붉은 후추, 칠레 고추(가루), 그리고 엠빠나다 피를 준비한다. 2. 엠빠나다 소 만들기 먼저 계란을 삶고, 양파와 고기를 썰어 팬에 넣고 익히다가 적당히 익으면 붉은 후추를 넣어 간을 한다. 계란이 익으면 으깨서 잘게 썬 파와 함께 팬에 넣고 한데 볶으면서, 자연스럽게 실습 샤샤샥. 3. 엠빠나다 빚기 피 위에 소를 올려 야무지게 꼭꼭 눌러준다. 4. 굽기 오븐 또는 프라이팬에 기호에 따라 구우면 되는데, 우리는 오븐에 굽기로 했다. .. 더보기
내가 설거지를 더 좋아한다고 했잖아 요리가 좋아요, 설거지가 좋아요? 하고 누가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설거지라고 말할 수 있다. 그 편이 성향과 맞기도 하고, 요리를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별 다른 일 없이 화창했던 어느 날 오후. 슬슬 밥을 먹어 볼까 싶어 배낭을 열었더니 쌀 조금과 볶음 고추장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메뉴는 비빔밥이 아닌가. 하여, 겸사겸사 근처 시장으로 향했다. 음 그냥 과일이나 사다 먹을까. 하는 생각이 피어오르던 찰나, 저쪽 한 구석에 이런 것이 있는 게 아닌가. 오 딱 좋다 딱 좋다, 를 연발하며 포도도 한 봉지와 함께 샀다. 아주머니가 분명 국물용 채소라고 하셨는데 괜찮겠지 하며 숙소로 복귀. 먼저 밥을 했다. 몇 번 열었다 닫았다 하니 얼추 된 듯 하여 채소 투하. 그리고 고추장 쭈욱,.. 더보기
쓸모 없는 것은 없으니까 길게 여행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새로운 습관들이 생겨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인데, 봉지만 봤다 하면, 자꾸 쟁여 놓는 것이다. 사실 봉지가 있으면 유용하게 쓰기는 한다. 이동이 잦아 빨랫감이라든지, 남은 식재료라든지 하는 것들을 담아 둘 무언가가 수시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제였다. 볼리비아로의 이동을 하루 앞두고 짐을 싸다가 배낭 왼쪽 주머니에서 봉지 두 개를 발견했다. 그 때만 해도 아, 봉지로군. 하고 넘겼는데 오른쪽 주머니에도 한 개. 뭐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어라? 앞 주머니에도 한 개. 부지런히도 모았군, 생각하면서 식재료가 든 봉지를 찾아 열었더니 뭐야 이 액자식 봉지 구성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담았잖니 뭘 또 그렇게 ㅋㅋㅋㅋㅋㅋ..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