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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평범하게 비범한 우붓 드디어 드디어 쓸 결심 🔥 지난 해 말, 발리에 다녀왔었다. 보름치 짐. 최소한으로 짐 꾸리기에 성공하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언제부턴가 (라고 썼지만 남미 여행 이후로) 짐 쌀 때면 늘 기록을 깨는 심정으로 진지하게 도전하고 있다. 아무튼 출발. 발리는 여기, 인도네시아 남부에 있는 섬이다. 작아 보이지만 제주도 면적의 3배라고. 인도네시아도 정말 크구나. 하여 계획한 여행 동선. 이른바 이넓은발리를보름동안다보는건무리니까한곳에만집중할게요 작전이라고 했지만 엄청더울텐데그럼돌아다니기귀찮을게분명하니온힘을다해움직이지않겠어요 작전이라고 해도 무방한 그런 우붓 집중 공략 동선을 짰다. 그 와중에 공항 근처 지역을 쿠션 삼아 찍고 찍을 예정. 공항에서 우붓까지는 차로 1시간 30분 안팎의 거리인데 한참 비행기.. 더보기
평온한 날 좀처럼 평온하지 못하던 어느 날 김보희 화가의 출간 소식을 접했다. 그의 첫 그림산문집의 표지를 뒤덮은 바다. 바다에 남다른 애정이 있지 않아도 바다를 보면 역시 와-아 바다다-아 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바다가 코앞인 곳에 사는 사람도 그럴까. 매일 바다를 봐도 매일 새롭게 와-아 바바다-아 그럴까. 3년 전 여름, 징그럽게 무더웠던 한여름에 서울에서 그의 전시가 열렸었다. 땡볕 아래 하염없이 기다렸던 기억. 그냥 갈까 하고 30번 정도 망설였던 기억. 조르륵 흐르는 땀과 함께 입장했던 기억. 마침내 그의 작품들을 마주했던 기억. 감탄 또 감탄 다음 전시도 꼭 가야지 다짐했던 기억. 그리고 붐비는 인파 속에서 찍었던 한 장의 기억. 그로부터 2년 뒤 가을, 이번에는 제주에서 전시가 열린다니 이건 참을 .. 더보기
미루다 미루다 12월 31일까지 와버린 게으름 근황 보고 블로그에 쓰고 싶은 글감이 생각나면 폴더를 만들고 총알을 모은다. 대부분은 사진이고 드물게는 영상이나 보도자료들. 준비 없이 바로 쓰는 글도 있지만, 대체로 사진과 함께일 때 더 효과적이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찍어 모으고 장전이 완료되면 글을 쓴다. 바로 그 예. 지금 내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세 개의 폴더가 있다. 사실 더 있지만 반드시 쓸 예정인 것만 추려서 세 개. 그런데 뭔가, 그러니까, 좀 귀찮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먼저 폴더 1 영화가 좋아서 무려 여름 무렵부터 쓸 예정이었던 글. 우연히 영화 관련 책 네 권을 동시에 읽던 시기였다. 씨네21 김혜리 기자의 『묘사하는.. 더보기
어떤 문장은 마치 그러기로 한 듯이 ····· 이런 말을 덧붙이자. 언젠가 기타노 다케시는 말했다. "5천 명이 죽었다는 것을 '5천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한데 묶어 말하는 것은 모독이다. 그게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5천 건 일어났다'가 맞다." ······ 저 말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죽음을 세는 법'을 알게 됐다. 죽음을 셀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의 출발이라는 것도. ······ 인간은 자신의 불행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견디느니 차라리 어떻게든 의미를 찾으려 헤매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내 아이가 어처구니없는 확률(우연)의 결과로 죽었다는 사실이 초래하는 숨막히는 허무를 감당하기보다는, 차라리 이 모든 일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섭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 살아 있는 자를 겨우 숨쉬게.. 더보기
2022년 9월, 평범하게 비범한 경주 몇 주 전 다녀온 휴가 이야기. 오랜만에 혼자인 휴가라 어디로 갈까 고심 끝에 경주로 향했다. 울산입니다. 내리십시오.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기 그러니까 그게요 맞쥬? 합리적 결정 맞쥬? 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 울산에서 시작된 경주에서의 3일. '진리마을'에 도착했다. 심하네 정말 👍🏼 프룩스플럭스호텔. 이곳에 묵었다. 왜냐하면 여기에서는 방금 본 그 심한 풍경을 나가지 않고도 내내 볼 수 있기 때문이지롱. 체크인하기엔 조금 일러 호텔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커피명가' 라고, 꽤 유명한 카페 같았지만 다음에 다시 가게 된다면 그때는 반드시 샷을 추가하고, 케이크는 패-스, (개인적인 취향.. 더보기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이번 휴가엔 너다, 하고 찜해둔 진은영 시인의 새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를 데려가 읽다가 아빠 미안 2킬로그램 조금 넘게, 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미안 스무 살도 못 되게, 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 쿵 내려앉는 마음. 엄마 미안 밤에 학원 갈 때 휴대폰 충전 안 해놓고 걱정시켜 미안 이번에 배에서 돌아올 때도 일주일이나 연락 못 해서 미안 쿵 하는 마음은 이제 우리가 아는 이야기로. 그날로. 더는 내려앉을 곳도 없이. 그날 이후 아빠 미안 2킬로그램 조금 넘게, 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미안 스무 살도 못 되게, 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 엄마 미안 밤에 학원 갈 때 휴대폰 충전 안 해놓고 걱정시켜 미안 이번에 배에서 돌아올 때도 일주일이나 연락 못 해서 미안 할머니, 지나.. 더보기
별건 아니고 별점 뜬금없이 별점을 매겨보았다. 1월부터 6월까지 본 영화들. 가만. 7월까지인가. 그런 것 같다. 뭐, 상관 없으니 가보자고! 2022년, 첫 영화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 연말에 개봉했지만 새해 첫 영화로 보고 싶어서 참았었다. 지난해 개봉한 그의 2015년작 를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이다. 무려 5시간이 훌쩍 넘는 동안 별다른 사건도 벌어지지 않는데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던 신기한 영화. 는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의 조각조각에서 출발한 영화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곳곳에서 무라카미의 향이 솔솔 나지만, 또 곳곳이 낯설어 묘하다. 이야기꾼이다. 길지만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하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별 셋. 그의 각색이 아니었다면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사랑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올해의 영화'라며 열광하는 후기.. 더보기
헤어질 결심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형사 해준(박해일)은 ‘마침내’ 죽은 남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의 그 말이 어딘지 이상하면서도 완벽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의심인지 관심인지 모를 감정으로 시작되는 수사. 박찬욱 감독의 신작 을 봤다. 깐느 박 깐느 박 하지만 사실 그의 작품은 2003년 개봉작인 이후 본 것이 없다. 특유의 자극적이고 작위적인 미장센이 좀 부담스러워서. 아무래도 현란하고 강렬한 이야기보다는 담백하고 사소한 이야기가 더 좋아서. 그런데도 이 작품은 기다려졌다. 왠지 보고 싶었다. 그렇게 본 은 정말 좋았다. 특히 두 주인공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설정은 영화를 자꾸만 다시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기도 했다. 입으로, 손으로, 몸으로. 매일 수없이 하는 대화. 그러나.. 더보기